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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슬픔을 깨우지 마라

by 정영기

잠자는 슬픔을 깨우지 마라. 이 문장에는 조용하지만 묵직한 힘이 있다. 스웨덴 속담 가운데서도 사람들의 경험에서 우러난 현실적인 지혜를 담고 있다. 누구나 마음속 어딘가에 오래 묻어 둔 상처가 있고, 그 상처는 억지로 건드릴수록 더 날카로운 반응을 만든다. 이 속담은 그런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나온다.


이 말의 근원에는 북유럽 사람들의 정서가 깔려 있다. 스웨덴은 오랜 시간 동안 공동체와 개인의 균형을 중시해 왔다.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기보다 스스로 다스리는 문화가 발달해 있다. 그 속에서 타인의 아픔을 성급하게 해결하려 들기보다, 그 사람의 속도에 맞춰 기다리는 태도가 지혜로 여겨졌다. 이 속담은 바로 그런 문화적 배경을 반영한다.


의미는 단순해 보이지만 깊다. 잊힌 슬픔을 억지로 끄집어내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한다. 사람에게는 스스로 회복할 시간과 방식이 필요하고, 타인이 지나치게 개입하면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다시 찢을 수 있다. 말하자면 공감은 필요하지만 강요는 금물이라는 메시지다.


이 속담은 인간관계에서 특히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래전 아픈 경험을 털어놓지 않으려는 친구에게 계속 이유를 캐묻는 것은 그 사람의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 때로는 “말하고 싶을 때 말해도 돼”라는 짧은 문장이 훨씬 큰 위로가 된다. 상대에게 필요한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안전한 거리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 속담은 다양한 상황에서 적용된다. 직장에서 과거의 실수를 계속 언급하는 문화는 구성원들의 성장을 막는다. 가정에서도 아이가 겪은 난처한 일을 계속 떠올리게 만들면 아이는 더 위축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힘을 만드는 환경이다. 잠든 슬픔을 억지로 깨우지 않는 태도는 더 나은 관계와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결국 이 스웨덴 속담은 말보다 태도의 문제를 말한다. 누군가의 아픔을 다루는 일은 섬세함과 존중이 필요하다. 필요할 때 손을 내일 돼, 상대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마음. 이 단순한 가르침이 우리 일상에서 더 많은 평온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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