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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의 지혜와 사냥꾼의 업보

by 정영기

오래전 인도의 대도시 바라나시 외곽 숲에 아름답고 지혜로운 영양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영양은 나무에서 저절로 떨어진 과일만 먹으며 다른 생명체에게는 전혀 해를 끼치지 않았습니다. 반면 같은 숲 근처에는 정반대로 숲 속 동물들을 죽여 생계를 유지하는 사냥꾼이 살고 있었습니다.


영리한 사냥꾼은 큰 과일나무 가지 위에 발판을 만들고 숨어 있다가, 동물들이 아래 떨어진 과일을 먹으러 올 때 창으로 찌르면 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동물들은 주로 땅 위의 포식자를 경계할 뿐 나무 위를 쳐다보는 일은 거의 없었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곤 했습니다.


어느 날 사냥꾼은 잘 익은 열매가 막 떨어지기 시작한 '세파니' 나무를 발견했습니다. 나무 주변에는 신선한 영양의 발자국과 먹이를 먹은 흔적들이 있었습니다. 사냥꾼은 이곳이 사냥터를 만들기에 좋은 장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필요한 재료를 챙겨 나무에 올라가, 동물의 시야에서는 잘 보이지 않으면서도 먹잇감에게 창을 던지기에는 완벽한 위치에 발판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있는 힘껏 창을 던져도 나무 위에서 균형을 잃지 않도록 튼튼하게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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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은 자신이 작업한 흔적을 꼼꼼히 지웠습니다. 다음 날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아주 일찍 도착한 그는 튼튼한 발판 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자 인내심에 대한 보상이 찾아왔습니다. 나무 사이로 영양 한 마리가 세파니 나무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며칠 전 그곳에 왔던 바로 그 영양이었습니다. 영양은 잘 익은 세파니 열매를 무척 좋아해서 몇 년 동안이나 이 나무를 찾아오곤 했습니다. 나무에 가까이 다가오던 영양은 낯선 냄새를 맡았습니다. 익은 과일 향이 아니라, 아주 희미한 사람 냄새였습니다. 영양은 그 자리에 멈춰 섰습니다. 사냥꾼은 영양이 멈추자 무슨 문제가 있나 의아해하며 기다렸고, 영양 또한 자신이 맡은 것이 사람 냄새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영양이 창을 던질 수 있는 거리 밖에서 멈춰 서자, 사냥꾼은 영양을 나무 가까이 유인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잘 익은 세파니 열매 세 개를 영양 앞쪽으로 부드럽게 던져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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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은 영양에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영양은 예리한 시력으로 나뭇잎 사이에 숨어 있는 남자를 찾아냈습니다. 영양은 사냥꾼의 어리석음을 놀려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 위대한 세파니 나무여, 참으로 이상한 일이구나. 원래 너의 열매는 땅으로 곧장 떨어지는데, 오늘은 나를 마중이라도 나온 듯 내게로 날아오는구나. 게다가 바람 한 점 없는데 평소에는 띄엄띄엄 떨어지던 열매가 한꺼번에 세 개나 떨어지다니. 오, 위대한 나무여, 네가 나무처럼 행동하지 않으니 나도 오늘 네 가지 아래서 밥을 먹지 않겠다. 대신 나무답게 행동하는 다른 나무를 찾아봐야겠어."


영양은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조롱당했다는 사실에 격분한 사냥꾼은 발판 위에서 벌떡 일어나 창을 내던졌지만, 창은 목표물보다 10피트나 모자란 곳에 떨어졌습니다. "썩 꺼져라! 오늘은 운 좋게 도망쳤지만, 다음번엔 내 창이 널 꿰뚫고 말 것이다!" 사냥꾼이 영양에게 소리쳤습니다.


영양은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며 충고를 남겼습니다. "사냥꾼이여, 당신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오. 숲 속의 온순한 생명들을 죽이려고 그런 속임수를 쓰는 자는 결국 아주 가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오. 오늘 당신이 한 행동을 반성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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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적 해석


영양은 지혜와 마음 챙김을 갖춘 존재입니다. 과일이 떨어지면 먹고,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습니다. 또한 영양은 익숙한 공간에서도 방심하지 않고 냄새의 변화와 자연의 흐름을 관찰합니다. 이것은 깨어 있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반면에 사냥꾼은 생계를 핑계로 다른 생명을 죽이며 살아갑니다. 불교적으로 보면 그는 탐욕과 어리석음에 사로잡힌 존재입니다.


불교적 메시지


첫째

지혜로운 자는 방심하지 않는다.
세상은 늘 변화하고 위험도 숨어 있다. 깨어 있는 마음만이 자신과 타인을 살린다.


둘째

속임수는 결국 실패한다.
나쁜 의도로 쌓은 업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


셋째

자비로운 삶이 가장 안전한 길이다.
영양은 아무도 해치지 않았고, 그 자비로운 삶이 그를 지켜 주었다.


넷째

분노는 분별을 흐려 스스로를 해친다.
사냥꾼이 화를 내며 창을 던지는 순간, 그의 실패는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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