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피곤함을 느끼는 이유는 생각보다 뇌 깊숙한 곳에 있다. 1990년대 중반 fMRI 연구가 활발해지던 시기,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계산이나 시각 판단처럼 특정 과제를 수행하게 하며 뇌의 활성 패턴을 살폈다. 그런데 오히려 과제를 멈추고 쉬는 순간에 더 활발해지는 뇌 영역들이 있었다. 외부 자극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작동하는 이 독특한 회로가 바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줄여서 DMN이다.
DMN은 외부 세계가 아니라 우리의 내부 세계를 비춘다. 과거의 기억을 끌어오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고,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고, 이유 없이 떠오르는 잡생각들을 만들어내는 회로다. 놀랍게도 한 연구에서는 이 DMN이 전체 뇌 에너지의 60~80퍼센트를 소비한다고 보고했다. 겉으로는 쉬고 있어도 뇌 안에서는 끊임없이 ‘잡음 처리’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DMN이 특히 활성화되는 순간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멍하니 딴생각을 하거나, 스스로의 감정 상태를 되짚을 때, 내일 해야 할 일이나 지나간 일을 떠올릴 때, 혹은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추측하는 순간이다. 외부와의 연결이 느슨해질수록 이 내부 네트워크는 더 활발히 움직인다.
이 회로는 뇌 전체에 걸쳐 있지만, 특히 세 영역이 중심 역할을 한다. 먼저 후방 대상피질(PCC)은 기억과 감정을 통합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을 처리하는 DMN의 중심축이다. 내측 전전두피질(mPFC)은 미래 계획이나 자기 평가처럼 복잡한 사고와 관계된 영역이고, 하두정소엽과 측두두정접합부(IPL/TPJ)는 몸의 위치감과 공간 인식을 도우며 다양한 정보를 하나로 엮는 역할을 한다.
DMN은 단순히 방해 요소만은 아니다. 이 회로 덕분에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고,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며,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인간의 높은 인지 능력을 떠받치는 기반 중 하나가 바로 DMN이다.
문제는 이 회로가 과하게 활성화될 때 생긴다. 뇌 에너지의 대부분이 여기에 빨려 들어가면 정작 집중해야 할 외부 과제에 쓸 자원이 부족해진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내부 독백은 정신적 피로를 만들고, 통제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부정적인 자기 평가가 반복되면 불안과 우울로 이어지기 쉽다. 몸은 쉬고 있어도 정신은 쉼 없이 달리고 있으니 피로감이 쌓일 수밖에 없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명상이다. 명상은 단순히 마음을 비우는 행위가 아니라, DMN의 과도한 활동을 조절하는 훈련이다. 지금 이 순간에 주의를 두는 연습을 통해 과거와 미래로 끌려가는 잡생각의 고리를 끊어낸다. 꾸준히 마음 챙김 명상을 실천하면 PCC와 mPFC처럼 DMN의 핵심 영역 활동이 실제로 억제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명상은 DMN을 조용히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뇌의 구조적 변화도 나타난다. 8주 정도의 명상 훈련만으로 집중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피질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활동이 증가했고, 감정 반응을 유발하는 편도체의 활동은 감소했다는 MRI 관찰 결과가 있다. 근력 운동이 특정 근육을 단련하듯 명상은 뇌의 특정 회로를 강화하고 과도하게 예민한 영역을 가라앉히는 셈이다.
결국 DMN을 잘 다스리는 능력은 일상의 정신 에너지를 되찾는 일과 직결된다. 명상은 그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으며, 평온함을 넘어 뇌를 다시 설계하는 힘을 가진 셀프 트레이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