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은 이제 정말 많이 나아졌다.
처음 데려왔을 때처럼 힘없이 웅크려 있거나 기침을 하지도 않고,
설사를 하지도 않는다.
주기적으로 가던 병원방문 빈도가 점점 줄어들었고,
편안하게 창가 캣타워에서 햇빛을 쬐는 날들,
건강한 핀이와 장난치며 보내는 시간들이 훨씬 많아짐에 감사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뛰는 고양이.
그 단순한 문장이 이렇게 큰 안심이 될 줄이야.
안아픈게 최고라더니 그게 정말이었다.
루틴이 확실한 고양이 핀은 아침이면 핀은 꼭 나를 깨우러 온다.
아직 반쯤 잠든 나를 향해,
“아옭~” 하고 우는 소리가 들린다. (고양이 키우기전에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애옹 야옹만 있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여러가지 울음소리로 운다는 사실이 넘 귀엽다-)
그러고는 침대 위로 성큼 올라와
꼬리를 치켜들고 엉덩이를 쏙 내민다.
동그란 눈을 살며시 감으며 “빨리 궁디팡팡 해줘” 하는 그 표정이란.
매번 보는 표정이지만, 그 깜찍함에 웃음이 절로 난다.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팡팡 두드려주면,
금세 눈이 실처럼 가늘어지고,
가끔은 만족스러운 듯 골골쏭을 부른다.
정말 기분이 좋은날에는,
배로 올라와 꾹꾹이로 나를 깨워준다.
(근데 어떻게 아는지, 집사가 화장실을 참고 있어 배가 빵빵해질때,,
항상 그때를 기가막히게 알고 와서 누른다)
그 부드러운 진동과 야무진손놀림이
배에 전해질 때면,
아침이 이렇게 따뜻하게 시작될 수도 있구나 싶다.
궁디팡팡이 끝나면 곧장 밥그릇으로 향한다.
진공사료통 앞에 앉아 꼬리를 살랑살랑 움직이며 나를 쳐다본다.
바삭한 새 사료를 꺼내달라는 거다.
그릇에 사료가 한가득이라 달라는 신호를 모르는척 해봐도
핀이는 나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낸다.
그릇 한번 - 집사 한번 - 다시 그릇한번.
핀은 진공으로 바삭하게 보관된 새 사료만 좋아한다.
통 뚜껑이 열리고, 사료가 그릇에 떨어지는 소리가 나면
꼬리가 살짝 더 높아진다.
사료를 맛있게 씹는 그 작은 턱짓마저도 귀엽다.
사료를 맛있게 먹고나면, 이제 물을 마실 차례다.
물 마실 때도 핀은 확실하다.
너무신기한게 수돗물과 브리타 물을 구별한다.
브리타 물만 들어 있어야 물을 마신다.
집사가 먹다가 내려놓은 물컵에 물을 마시는걸 좋아하는데
이유는 알 수 없다.
집사를 따라하려는 건지, 집사가 먹은거니 믿고 먹을수있다고 생각하는건지(?)
특히 컵안에 얼음이 잘그락잘그락 부딪히는 소리가 나면 눈이 동그래지고,
그 순간부터는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기회를 노려 내 컵을 함께 쓰는 건,
이제 우리 집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 모든 순간이 너무 귀엽고, 너무 소중하다.
그래서 나는 핀의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처음엔 그냥 매일 귀여운 핀이의 사진을 남기기 위한 기록이었는데,
언제부턴가가 '팔로워 수, 좋아요'먼저 떠올랐다.
이 사진을 올리면 인기가 더 많겠다!
이런 글을 올리면 더 알고리즘을 타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핀이의 일상을 기록해야지- 하며 올렸던 초심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좋아요' 많으면 기분 좋은 건 사실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숫자에 마음이 흔들렸다.
내가 핀과 함께 있는 시간을
그저 ‘누군가에게 보여줄 장면’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인스타 댓글을 열심히 달던 그 어느 날.
핀은 창밖을 바라보며 핸드폰을 쥐고 앉아있는 내 옆에 다가와
나를 가만히 쳐다봤다.
핀이에게 쏟아지는 햇빛이 털 위에서 반짝였고,
그 눈빛이, 핀이의 사랑이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그 순간 알았다.
이 시간, 이 공기, 이 온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 이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는것.
그래서 이제는 사진은 찍되, 숫자는 보지 않기로 했다.
기록은 하되, 비교하지 않기로 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더 귀여운 모습을 찍으려하는 나는 이제 없다.
핀이와 보내는 나의 소중한 시간.
그 하루하루를 더 소중히, 더 관심가지며 표현하는것.
그리고 함께 보내는것이야 말로
내가 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어느날이었다.
@hello_im_p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