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군인 예우
나는 미국에서 군인을 대하는 방식이 여느 나라들과는 사뭇 다르다는 걸 목격했다. 그들은 스포츠 경기에서 국가가 연주될 때 모자를 벗고, 가슴에 손을 얹고, 군인들에게 경례하는 시간을 갖는다.
공항에서는 군인들이 가장 먼저 탑승하고,
식당에서는 때때로 군인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한다.
길거리에선 낯선 사람이 군복을 입은 이에게
“당신의 헌신에 감사드립니다”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내가 이곳에서 본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한 정치인의 연설 중에 벌어진 일이다. 한 여성이 손을 들고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9.11 테러 생존자이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참전 용사입니다.” 그녀는 단상
위의 인물에게, 그의 건물에서도 참전 용사를 고용하는지
물었다. 그는 그녀를 연단으로 불러 올리고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당신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습니까?” 그녀는 실내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곧바로 답했다. “우리는
좋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당신은 똑똑하고 당당합니다.
우리 회사에 오세요.”
물론, 정치적 쇼맨십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걸
보는 대중의 시선이었다. 사람들은 진심으로 박수를 쳤고
기뻐했다. 마치 한 사람이 보답을 받을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 자체가 공동체의 일인 것처럼.
미국은 한국과 달리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를 시행한다.
즉, 군 복무는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선택을 한 이들에게 사회적 존경과 혜택이 주어진다.
교육 지원, 취업 우대, 의료 혜택, 주택 대출, 그리고 크고
작은 생활 지원들. 그것이 단순히 ‘직업 군인‘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예우라는 점이
핵심이다.
미국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전쟁을 멈춘 적이 없다.
세계 대전, 한국 전쟁, 베트남전, 걸프전, 그리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너무나 많은 젊은이들이 전장에서 다쳤고,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단순한 병사가 아니라, 미국 사회가 함께 짊어진 역사이자 상처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존재를
잊지 않기 위해, 미국 사회는 지속적으로 그들을 기리고
보상하려 한다.
나는 그것이 단순한 문화적 차이가 아니라,
일종의 신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는 군인을
대하는 방식이 ‘기억하는 방식’과 같았다.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곧 그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다.그리고 그것은 꽤 멋진 방식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