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츠 질발로디스
'플로우'는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면서 접하게 되었지만 이제야 뒤늦게 관람하게 되었다.
(고양이 귀여워요
카피바라 귀여워요
골든리트리버 귀여워요
반짝임을 밝히는 여우원숭이도 깜찍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에 대한 사전지식이 거의 없이 관람한다면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대홍수라는 사건에 대해서 모르고 갔다면 물이 차오르는 긴박감을 한층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물이 차오르면서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의 움직임 그에 따른 역동적인 카메라의 움직임을 보면 이 영화에 깊게 빠져들 수 있었다. 물이 차오르는 시점은 정말로 직접 카메라로 찍은 것 같은 긴박함이 느껴져 흥미로웠다.
인간이 사라진 지구에서 대홍수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귀여운 동물들이 헤쳐나가는 모습을 아주 긴박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낸다. 몇몇 배경음악, (효과음을 제외하고는) 아무 대사와 소리가 없이 이들은 영화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관객들도 대사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고양이, 골든 리트리버, 카피바라, 여우원숭이와 만나 함께 생존을 향해 나아간다. 그들은 우리 인간 사회에서 처럼 각기 다른 특징과 성향을 지니고 있다. 처음에는 그들도 경계하고, 삐걱대기도 하지만 결국 함께 연대하고, 서로를 챙긴다.
한 가지 인상 깊은 점은 그들은 대홍수라는 무력한 상황에서 삶의 의지를 잃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작은 돛 단배에 기대어 거센 물 위를 흘러가면서 다른 동물을 구하기도, 음식을 나누기도, 노를 젓기도 한다. 차분하고, 담담하게 상황을 해처 나가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아름답게 그려낸다고 느꼈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고양이는 홀로 물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지만, 영화의 마무리에서는 '함께' 동물들과의 모습을 보게된다. 영화는 이렇게 막을 내린다. 물이라는 공간에서의 흐름과 시간의 흐름을 경험하면서 함께 연대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 우리의 모습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영화였다. 우리의 삶에도 크나큰 홍수가 어떠한 형태로든 휩쓸어간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잘 연대하면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