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을 지켜야 할 이유
무지개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
비가 그치고, 햇살이 조금만 강해져도
금세 흔적 없이 사라진다.
그 아름다운 일곱 빛깔은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공기 속으로 흩어진다.
나는 늘 궁금했다.
왜 그렇게 빨리 사라져야만 했을까.
혹시 무지개는 우리가 충분히 지켜주지 못해서 떠난 건 아닐까.
누구도 그 순간의 빛을 오래 간직하지 못하고,
대신 카메라를 꺼내어 서둘러 담으려 했을 뿐,
그 색들이 만들어낸 이야기에 귀 기울인 적은 없어서.
어쩌면 창작도 이와 닮아 있다.
누군가의 열정으로 태어난 한 줄의 시,
수백 번 덧칠해 완성된 그림 한 장.
그것들은 처음부터 연약하다.
누구도 이름을 붙여주지 않으면,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으면
쉽게 훔쳐지고 지워진다.
그리고 결국,
누가 만들었는지조차 사라진다.
나는 이따금 상상해 본다.
만약 모든 무지개에 이름표가 붙어 있다면 어떨까.
빨간빛에는 ‘누군가의 첫 용기’,
파란빛에는 ‘누군가의 눈물’이라고 적혀 있다면.
사람들은 여전히 그렇게 쉽게 가져갈 수 있을까.
저작권은 거창한 법률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이름 없는 무지개가 더는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약속이다.
창작자의 시간과 감정,
그 모든 색채들이 지워지지 않도록.
나는 이제 알겠다.
무지개가 금방 사라지는 이유는
누군가의 마음을 오래 지켜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창작물만큼은,
우리가 끝까지 지켜주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