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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지 않는 무늬를 위해

기억하고, 지켜내는 기술에 대하여

by 랜드킴

세상에 같은 무늬는 없다.
고양이의 왼쪽 귀 뒤에 숨어 있는 얼룩처럼,
한 사람의 문장에도, 그림에도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고유한 흐름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무늬들이
너무 쉽게 지워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누군가는 가볍게 저장하고, 복사하고, 붙여 넣는다.
창작자의 시간이, 고통이, 숨결이
익명 속에서 흔적 없이 사라지곤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묻는다.
“그 무늬를 기억해 줄 수는 없을까?”
기억은 기술보다 먼저 존재한 감각이다.
그러나 기술은 이제
그 기억을 잃지 않도록 돕는 손이 되었다.

어떤 기술은
흐릿해져 가는 최초의 흔적을
투명한 유리 위에 박제하지 않고,
살아 있는 온도로
조용히 기록해 둔다.

어떤 구조는
창작자가 시간을 들여 새긴 흔적을
작고 정직한 약속의 형태로 남긴다


누가 먼저였는지, 누구의 것이었는지를
다툼이 아닌 기억의 순서로 보여준다.

그리고 어떤 알고리즘은
세상의 수많은 흔적 속에서
그 무늬가 흩어지는 순간을
바람처럼 감지하고,
아무 말 없이 알려준다.
“당신의 이름이 여기에서 사라지고 있어요.”

이것은 감시가 아니다.
이것은 존중의 기술이다.
창작자가 자신의 것을,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곁에 놓이는 도구의 언어다.

기술은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무늬를 기억하려는 그 시도 자체가
이미 하나의 윤리다.

IP를 지킨다는 것은,
무언가를 막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무늬를 베끼는 손보다
무늬의 의미를 묻는 구조를 만드는 일.

그래서 우리는 지금,
기술에게 다시 묻는다.
“너는 누군가의 시간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그 물음의 답이
세상의 모든 창작을
지워지지 않는 무늬로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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