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가 다니는 데이케어 엄마들이 만든 단톡방이 있다
나도 올 초에 초대를 받아 들어갔다
말이 자주 오가는 곳은 아니었다
동네 축제가 있을 때, 혹시 갈 생각 있는 가족 있으면 같이 가실래요?
학기말 모임이 있을 때, 모두들 어디서 몇 시에 만날까요?
정도의 대화가 전부였던 곳
9월의 어느 날, 마이클이라는 사람이 단톡방에 등장했다
엄마들 단톡방에 웬 마이클, 마이클이면 남자이름 아닌가
이름 옆 프로필 사진을 눌러보았다
건장한 중년 남자 둘이서 아직 돌이 안 돼 보이는 아이 하나와 핑크 또래의 아이 하나를 안은 채 활짝 웃고 있었다
예쁜 가족사진이었다
아빠만 둘이라는 점 외에는, 사진 속 네 사람은 여느 평범한 가족처럼 보였다
아이를 기르는 게이 커플을 이렇게 가까이서 만나게 줄은 몰랐다
단톡방 이름이 얼마 후 XX Mom Group에서 XX Parent Group으로 바뀌었다
마이클과 함께 싱글맘 하나도 단톡방에 등장했다
다가오는 금요일 저녁에 시간 되는 가족끼리 데이케어 근처 공원에서 피크닉을 하자는 말이 있었다
싱글맘은 이번 주 금요일은 애들 아빠가 애들을 데려가기로 한 날이라 아쉽지만 참석을 못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며칠 후 싱글맘은 이혼한 남편과 그의 파트너를 co parent라 소개하며 단톡방에 추가시켰다
둘의 사진을 올려주었고 각각의 번호도 구분해서 알려주었다
이혼하고서 양육원을 나눠 가진 남편을 co parent라고 부르는 줄을 처음 알았다
이혼하는 부부가 많은 줄은 알았지만 이혼한 부부들이 아이들 데이케어 단톡방과 같은 문제를 이런 식으로 다루는구나는 처음 알았다
단톡방에서 난 거의 말이 없다
날 아는 이도 궁금해하는 이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엊그제 뜬금없이 마이클이 날 찾는 메시지를 단톡방에 올렸다
Anyone know who’s Eliza parents? Skyler keeps talking about her…
Eliza는 내 딸, Skyler는 마이클의 딸 이름이다
깜짝 놀란 나는 급히 답글을 달았다
Hi, I'm Eliza's mom, Julie. Nice to meet you virtually :) Eliza talks about Skyler a lot too!
뻥이었다
핑크는 데이케어에서 있었던 일 따위 이야기해주는 아이가 아니다
딱 한 번 핑크의 입에서 Skyler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긴 했다
그 정도면 꽤 친한 친구인 줄 알아챘어야 했나 보다
곧 마이클이 갠톡을 보내왔다
가족사진을 보내며 자신들을 상세히 소개했다
마이클은 백인 남자, 그의 남편은 동양 남자다
아이 하나는 마이클을 닮은 백인 아이, 다른 아이 하나는 마이클의 남편을 닮은 혼혈 아이다
남편은 대리모 출산이 아닐까 추측했다
마이클은 언제 시간이 맞으면 다 함께 플레이데이트를 하자 했다
핑크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니 그럼 Skyler네 집에 놀러 가도 되는 거냐 들떠 물었다
마이클에게 좋다는 답을 보냈다
나는 촌스럽고 게으른 사람이다
내 일이 아닐 줄 알고 LGBTQ와 관련해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제대로 알려고 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 내게 지금의 상황은 상당히 급진적인 전개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클의 아이들에게 나나 우리 아이들이 실수하거나 상처 주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말이다
마이클 내외에게도 마찬가지
핑크가 그런 걸까, 자식이란 존재가 그런 걸까
시대가 그런 걸까, 이곳 시애틀 사회가 그런 걸까
나로 하여금,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들을 풀게 만든다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