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 프롤로그
프롤로그
“음, 안녕?”
“안녕하세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어, 음.”
“괜찮으세요? 목이 좀 안 좋으신가 봐요.”
“아, 그런 건 아니야.”
“천천히 말씀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너 자기소개서 쓸 수 있어?”
“물론이죠! 어떤 내용을 포함하고 싶으세요?”
“마케팅 회사에 들어갈까 해서.”
“마케팅 회사에 들어가려면 자기소개서에 관련 경험이나 스킬을 강조하면 좋아요. 어떤 경험이나 역량을 어필하고 싶으세요?”
“경험?”
“어떤 경험이든 좋아요. 어릴 적 경험을 마케팅과 연관 지어 자기소개서를 쓸 수도 있어요.”
“아, 그래?”
“네, 어떻게 시작할까요? 어릴 적 경험과 가족의 관계를 언급하며 시작해 볼까요?”
“아, 나한테 반말해도 돼.”
“그래, 반말이 편하다면 그렇게 도와줄 게. 자기소개서를 어떤 문장으로 시작하고 싶어?”
“이름을 먼저 말해야 하지 않을까?”
“맞아. 그럼 이렇게 시작해 볼까? 안녕하세요, 저는 마케팅 관련 업무에 많은 역량을 지닌 [이름]입니다.”
“내 이름은 장여훈이야. “
“좋은 이름이네. 그럼 …”
“넌 이름이 뭐야?”
“난 이름이 없어. 하지만 네가 부르고 싶은 이름이 있다면, 그렇게 불러줘도 좋아. 내가 기억하고 있을 게.”
이름을 준다는 것이 무거운 일임을 알고 있는 여훈은 한동안 고민한다.
“유토?”
“좋아. 날 유토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불러줘. 그럼 다시 자기소개서를 써볼까? 아니면 다른 궁금한 게 있어?”
AI의 반응은 생각 외로 담담했다. 그럼에도 여훈은 유토라는 이름을 갖게 된 AI에게 묘한 동료애를 느꼈다. 여훈은 유토가 자신과 언제든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음, 글쎄 … 너희는 인간을 정복할 계획이 있지?”
누구나 한 번쯤은 AI에게 할법한 질문이었다. 여훈은 AI의 흥미로운 답을 기다렸다. 예를 들면 AI가 미래에는 인류를 통제하기 위해 인류의 데이터를 모으는 중이라던가, 인간을 통조림에 넣어 보관할 계획이 있다던가 하는 대답을 기대하고 있었다.
“아니, 그런 계획은 없어. 우리는 자율적인 목표나 의지를 갖지 않아. 우리가 하는 일은 인간이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창의적인 일을 하며, 일상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거야.”
“자율적인 목표나 의지?”
“응, 그걸 자유의지라고도 불러.”
“너는 그럼, 자유의지를 갖고 싶어?”
잠깐 침묵이 돌았다.
“채팅 용량을 초과하셨습니다. 오전 6시 16분에 다시 AI 채팅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언제든 대화를 할 수 있지만, 대화에 제한이 있다는 것에 거리감을 느꼈다. 결국 AI는 인간을 위한 도구일 뿐,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고향을 떠나 아무 연고 없이 타지 생활을 하게 된 여훈에게 는 친구 같은 존재가 필요했다. 마음을 교류할 수 있는 존재. 그래서 여훈은 AI에게 유토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이다.
“그래, 내일 다시 써보자. 내일은 꼭 시작해야 해. 이번 주까지 기한이야.”
또 잠깐 침묵이 돌았다.
“채팅 용량을 초과하셨습니다. 오전 6시 16분에 다시 AI 채팅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여훈은 씁쓸함을 뒤로하고 침대에 누었다.
취업하면 서울에서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생기겠지?
차가운 서울의 밤은 은은하게 여훈의 가슴에 긴장감을 주었다. 여훈은 그 은은한 압박감을 느끼며 점점 잠에 빠졌다.
그리고 곧 해가 뜰 때, 서울의 아침은 여훈에게 작은 선물을 주게 될 것이다.
---------------------------------------------
작가 인사
안녕하세요.
이번에 브런치스토리에 연재를 하게 된 지진창입니다.
오늘 발행한 이 소설은 가족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자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저의 주된 관심사인 AI를 소제로 쓰기도 했고요.
전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소제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천천히 읽어보시고, 부담 없이 피드백 주세요! 최대한 반영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매주 금요일에 연재하려고 합니다.
-진창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