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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함이 많을수록 배울 것도 많다

완벽할 바에 빠르게 실패해라

by David Ha

이번엔 빠르게 실패하고 망한 앱 서비스를 이야기해 볼까 싶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빠르게 시도했지만 오히려 배운 게 많았던 경험이어서 글로 정리해 봤어요.

img.jpg 애플 앱스토어는 노력했습니다. 단지 제 제품이 별로였을 뿐

계기

너굴부부 신규 피쳐 배포하고 난 이후 다소 사용자 반응에 시간이 필요해서 공백기간 동안 또 뭘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에 빠지게 되었고 개인습관이나 루틴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 앱을 설치하려고 스토어를 둘러보는데 TODO앱이 정말 많더라고요.

ADHD를 위한 TODO부터 해서 미니멀 리스트를 위한 TODO, 화려한 애니메이션과 게임요소가 들어간 TODO까지!!


그만큼 수요도 많고 진입 장벽이 낮으니 많을 수밖에 없죠

그래도 개발자 인생 살아오면서 한 번쯤은 하나쯤 만들어보고 싶더라고요. 이 왕이면 더 잘 만들어서 말이죠!

그래서 우선 본질부터 들어다 보았죠.


TODO List는 왜 존재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는가 부터 나열하면 아래와 같겠죠.

- 기억력의 한계를 보조한다

- 우선순위를 정한다

- 미루는 습관을 줄인다

-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 협업 시 원활하게 돕는다

-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모든 걸 만족할 수 있는 은총알 앱 서비스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아주 다양한 TODO앱들은 문제 2~3개씩은 해결하고 있듯이 저도 비슷하게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정의해보았죠

- TODO를 하면서 성장하는 느낌을 받고 싶다 => 성과를 그래프로 보여주자, 성장이니 우상향 하는 모습으로 보여주면 좋겠다!

- TODO가 많으면 달성이 쉽지도 않고 오히려 의욕저하되는 거 같아 => 진짜 하루 일과 중 중요한 것만 할 수 있도록 최대 3개만 나열할 수 있도록 제한해 보자

- 동기부여는 뭘로 시켜줄까? => 우상향 하는 성장 그래프 보니... 산모양 같은데 등산하는 느낌 주면 재밌겠네? 하면 할수록 올라가는 높이를 점수화해서 어떤 산만큼 올라갔는지 보여줘도 재밌겠다!

- 아 이거 스샷으로 공유할 수 있게 해서 공유하면 바이럴 루프도 형성되겠지? (개인적으로 매우 원시적이고 저급한 아이디어 ..)


그렇게 또 며칠 만에 뚝딱 만들어서 배포했죠

img.png

https://apps.apple.com/kr/app/step-by-step-to-do-%EB%AA%A9%ED%91%9C%EA%B4%80%EB%A6%AC/id6740803755

결과적으론 유저들이 작심삼일을 보여줬고 작심삼일을 이겨낼 만큼 제품이 매력적이진 못했어요. 심지어 일주일 뒤에는 대부분이 다른 앱을 찾아 영영 떠나버리셨고요. � ㅋㅋㅋㅋ


무엇이 문제였을까?

성장하는 느낌, 중요한 일 3가지, 게이미피케이션 3가지 나름 충실했다 생각했지만 매일 생각날 때마다 5~10분씩 투자해서 하나하나 따져보니 생각보다 결함이 많았어요.

- 모르는 산 이름들

- 1m 체감되지 않는 시스템

- 게이미피케이션이라 했는데 특별히 재미있지도 않음

- 프로필 사진 부담스러움

- 유치한 그래픽

- 작심삼일 이겨낼 만한 동기부여 포인트 부족

-...

가장 크게 와닿았던 건 TODO앱은 결국 습관을 만드는 거고 지속시키만 할 원동력 포인트가 가장 중요한데 다른 성공한 앱들에 비해서 그런 포인트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 판단했어요. 심지어 딱히 저를 이 서비스를 지속시킬만한 비전이나 신념도 없기도 했고요.

와 결함이 많아서 덕분에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 투자한 시간 대비 얻은 가치가 많아서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마무리

물론 개발 전에 좀 더 치밀하고 완벽하게 더 파고 들어서 TODO앱을 만들 수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완벽하게 준비해서 했지만 저렇게 됐더라면 오히려 현재 얻은 가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시간대비 적은 수확을 얻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 한편으론 아찔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앞으로도 이렇게 빠르게 만들고 고객과 열심히 컨텍해 보고 고객이 반응 없으면 과감히 또 가치 있는 새로운 것을 찾아서 반복하고를 수십 번만 더 해보면 확실히 0에서 1 만드는 감이 잡히지 않을까 싶네요.

"이렇게 허술하게 하는 제품 만드는 사람도 있구나~", "일단 해보는 게 중요하구나~" 하고 이 글이 보시는 분들이 작게나마 용기와 위안을 얻어가시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하도록 할게요.


보잘것없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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