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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요리의 도 (料理之道)

요리의 도

by 나일주

프롤로그 ― 요리의 도 (料理之道)


사람은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다. 밥상 위에는 인류의 역사와 문명의 궤적, 그리고 삶을 해석하는 철학이 함께 놓여 있다. 한 그릇의 국물에도 수백 년의 시간이 녹아 있고, 작은 양념 하나에도 대륙을 건넌 교역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브런치북은 요리를 기술로 다루지 않는다. 레시피는 부록일 뿐이다. 본문은 음식이 품은 역사와 철학의 이야기다. 계란후라이에는 “뒤집을 것인가, 그대로 둘 것인가”라는 인생의 물음이, 고추에는 “고통은 어떻게 즐거움이 되는가”라는 역설이 숨어 있다. 라면 한 봉지는 3분의 기다림 속에 선택의 철학을 담고, 양파 한 알은 겹겹의 껍질 속에서 존재론의 은유를 드러낸다.


「요리의 도」의 여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의 밥상에서 시작해, 세계 각국의 음식으로 나아간다. 멕시코의 또르티야, 모로코의 넙적한 빵 호브즈, 프랑스의 양파 수프, 일본의 라멘, 인도의 커리, 아프리카의 수수죽에 이르기까지. 하층의 검박한 음식에서 상층의 진수성찬까지, 모든 요리는 인간이 세상을 견디고 해석해온 방식의 기록이다.


요리를 다시 본다는 것은 곧 세계를 다시 본다는 뜻이다. 평범한 한 끼를 대할 때, “이 음식은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를 묻게 되고, 부엌의 작은 불 앞에서 “나는 지금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성찰하게 된다.

요리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이고, 맛은 감각이 아니라 사유이다.


「요리의 도」는 그 태도와 사유를, 한국에서 세계로, 밥상의 하층에서 상층까지 아우르며 탐구하는 여정이다.


그리고 이 여정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독자여러분과 함께 한다. 독자 여러분이 댓글로 남겨 주는 음식과 재료가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 “내가 궁금한 요리도 철학의 언어로 해석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함께 탐구해 보자.


많은 동참을 바라며 요리의 도를 찾는 대장정을 시작한다.



/나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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