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것이 지나간다
모든 빠르게 지나가는 것들 사이에서 홀로 더디게 움직이는 것들이 있다. 그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세상의 속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리듬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강물은 바다로 흘러가기 위해 돌아가는 길을 택하기도 하고, 구름은 목적지 없이 하늘을 유영한다. 새싹은 천천히 땅을 뚫고 올라오고, 고목은 수백 년의 시간을 품고 선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았던가. 빨리 가려 애쓰다 정작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도착하려 허둥대다 길가의 꽃 한 송이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나 느린 것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 바람의 속삭임, 빗방울의 노래, 작은 풀벌레의 울음까지.
결국 가장 멀리 가는 것은 가장 느리게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장 깊이 이해하는 것은 가장 오랫동안 바라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느린 것이 가는 곳에 진정한 세상이 있고 느린 것이 품는 것에 영원한 지혜가 있을지 누가 아는가.
그러니 잠시 멈추어 보라. 서두르지 말고, 재촉하지 말고, 그저 존재하라. 느린 것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당신도 도착해 있을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곳에.
/나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