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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인, 셀프 시평 #3 돈을 주우며

서산을 넘어가는 해처럼 그저 이글거렸네

by 정건우 Mar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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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오만 원 고액권을 주웠다. 어두운 골목길에서였다. 저 앞에서 몇몇의 사람들이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 중 누가 흘린 것인지, 아니면 그들도 못 보고 지나가고 내 눈에 띄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좌우간 내가 그 돈을 주운 것이다. 장난하듯이 구겨진 돈이다. 가슴이 소년처럼 설레었다.

     

오만 원권은 힘이 세다. 포항에 있는 나를 수시간 만에 서울로 데려다 놓을 수 있다. 또한 말라리아로 죽어가는 사람들 약 50명을 살릴 수도 있다. 돈의 내재적인 가치가 그리 만드는 것은 불문가지다. 구겨져 있든 시궁창에 빠져 있든 돈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또한 그 누구의 전유물도 아니다. 피와 같아서 순환해야만 생명력이 유지되는 것도 사람과 돈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말해준다. 돈은 길거리에 떨어져 있으면 안 되는 것이다.
 
가치는 척하지 않는다. 강요도 주장도 없다. 가치는 스스로 밝은 태양처럼 다만 이글거리는 주체다. 가치는 불변의 진리이고 우리 삶의 방향성과 의미를 제시한다. 돈이 땅에 떨어져서 잠시 방치된 것, 그것은 내재 가치의 일시적 일탈 현상과 같을 것이다. 가치는 헤매는 존재가 아니다. 산을 넘어가서 어두워졌다고 해가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가치는 스스로 고고하다.
 
 그 고결한 가치가 저잣거리를 헤매고 있는 요즈음,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매우 크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가치관이 첨예하게 양립하여 대립하고 반목하는 것이 일상화되는 느낌이다. 전혀 다른 두 민족이 한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돼버렸다. 길바닥에 주저앉은 가치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 스스로 빛나길 빌고 또 빌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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