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핸드에서 만난 인연

유기햄스터를 입양했어요.

by 보나

동물에 관심이 있다면 마주할 수밖에 없는 유기 동물. 내가 할 수 있는 건 유기 동물 임보글이나 입양처를 구한다는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뿐이었다.


좋아요를 누르다 보니 유기동물 관련 알고리즘들이 많이 뜨게 되었고 포인핸드라는 어플을 알게 되었다. 포인핸드는 유기동물들의 입양을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유기 동물이 개, 고양이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가? 포인핸드에서 기타 축종을 누르면 토끼, 뱀, 거북이, 햄스터, 닭 등 다양한 동물들이 뜬다.


거기서 한 마리의 햄스터를 만났다. 이 친구한테 마음이 간 건 다름 아닌 특이사항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본 햄스터들의 특이사항은 온순함, 활발함, 얌전함, 조용함, 친화적, 덩치가 큼, 작음 등의 설명이 적혀 있었는데 얘는 딱 하나 적혀있었다.


특이사항: 유기


두더지를 닮은, 어딘가 짠해 보이는 햄스터. 그렇지만 불쌍하다고 데려올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입양은 현실이었다.


"내 코가 석자인데 누가 누굴 키워." 어플을 종료하고 할 일을 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생활하는 내내 민들레홀씨 같던 그 아이가 떠올랐다.


***


며칠 동안 고민하다 보호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입양을 하고 싶은데요."


보호센터 담당자님과 통화를 알게 된 것은

공고기간은 주인을 찾는 기간이라 입양 불가능

공고기간이 지난 다음날부터 입양 가능

입양은 별도의 예약 없이 선착순

임시보호 중인 병원이었다.


용품들을 사 두자.


나보다 먼저 오신 분이 계셔서 입양을 못한다고 하더라도 미리 준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쳇바퀴, 사료, 베딩, 케이지, 은신처, 이갈이, 모래, 목욕통, 급수기, 이동장을 구매했다. 시간은 흘러 입양이 가능한 날짜가 되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병원에 갔다.


"임보 중이던 햄스터, 제가 입양해도 될까요?"

"가능하십니다. 잠시 대기해 주시겠어요?"


나누어주신 입양 확인서에 성명,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 인수자 서명 등을 하고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테크니션 선생님께서 가지고 온 이동장에 햄스터를 옮겨 건네주셨다.


"진료도 받으시겠어요?"

"네."

"햄스터 이름을 말씀해 주세요."

이동장 속 둥글게 몸을 만 햄스터를 슬쩍 보았다.


"꿀떡이요!"


작고 동그란 게 마치 꿀떡 같아서였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발견 당시에 엄청 말랐었으나 보호기간 동안 증량했어요. 햄스터의 이빨이 과하게 자라지 않도록 배합사료만 주지 말고 종종 견과류도 주세요. 견과류로는 해바라기씨를 추천해요. 밀웜은 조금만 주시고요. 마지막으로 베딩이 습하면 피부병이 생길 수 있으니 습도를 신경 써 주세요."라고 하셨다.


주문을 끝낸 뒤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꿀떡이도 귀엽고 좋았지만 진료받기 전에 너무 즉흥적으로 지어준 것 같아서였다.


쌀알, 찰떡, 소금이… 여러 이름을 떠올려봤다. 그러다 문득, 배우 최화정님의 강아지가 생각났다. 데려온 달인 6월에 맞추어 '준이'라고 지으셨지. 꿀떡이는 11월에 입양됐으니 노벰버, 십일월, 십일이? 묘하게 입에 붙지 않는다. 그럼 숫자 1과 연관된 이름으로 지어볼까? 원, 일, 하나···


"하나! 좋은걸?" 나는 세례성사와 견진성사를 받은 가톨릭 신자다. 뜬금없이 저 말을 한 이유는 세례명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나자 돌림이네." 내게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존재라는 이중적인 의미도 담을 수 있어 더 좋았다.



"하나야 잘 부탁해!" 그렇게 나는 햄집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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