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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윤 May 27. 2023

지독하게

오월의 따뜻한 바람에서

햇빛에 타는 마른 잎 냄새가 날 때면


노을이 지는 먼바다에 부는 바람에서

따뜻한 햇살 냄새가 날 때면


아주 오랜 먼 옛날부터

피고 지던 커다란 아카시아 나무에서는

아주 오랜 먼 옛날부터

차곡차곡 세월을 쌓아온 향기가 난다.

그럴 때마다 아카시아 나무 아래에서 나는

그토록 그립던 사람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며

마음에다 마음의 말을 썼다.

얼마나 지독하게 외로웠는지.

얼마나 지독하게 그리웠는지.

얼마나 지독하게 기다렸는지.

얼마나 지독하게 지독했는지.


어느 날 내 앞에 있는 당신을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아 그 밤 내내 소리 없이 울었다.

다시 혼자되는 일…

그 외롭고, 그리운 시간을 견디며 기다리는 일

그것만큼 두려운 일은 또 없을 터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순간

깊은 한숨이 저절로 갈라진 목구멍 사이로 새어 나왔다

아카시아 나무아래에서 아카시아 향기를 맡는다.

당신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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