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치료 임상시험의 기준이 더 엄격해진 이유
유전자 치료는 곧 의학의 미래가 될 것이다.
현재도 유전자 치료제는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었다. 그 당시 질병의 원인을 유전자 수준에서 교정할 수 있다는 발상은 혁명적이었다. 실제로 임상 진입에 성공하면서 유전자 치료제 기술은 마침내 사람에게 적용될 단계에 도달한 듯 보였다.
그러나 그 낙관은 단 한 번의 임상시험으로 무너졌다. 한 명의 죽음이 유전자 치료 전체를 잠시 멈춰 세웠다.
이 사건의 이름은 사망한 환자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그 소년 이름은 제시 겔싱어였다.
당시 유전자 치료제는 치료가 불가능한 질환을 겨냥한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었다. 특히 선천성 대사 질환처럼 유전자 결함이 원인이 되는 질환은 가장 이상적인 타깃으로 여겨졌다. 정상 유전자를 정상 세포에 전달하기만 하면 병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학계와 규제 당국, 투자자 모두가 이 기술이 임상에서 가능하다는 증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임상시험에 사용된 기술은 아데노바이러스(AAV, Adeno-associated virus)를 벡터로 활용한 유전자 전달 방식이었다. 유전적 결핍에 의한 질병을 정상 유전자로 바꾸는 기술이었다. 이 아데노바이러스는 원하는 유전자를 탑재하여 환자에 투여된다. 이 벡터는 환자의 간세포에 정상 유전자를 주입해 대사 기능을 회복시키는 원리이다. 당시 기준에서는 최첨단 기술에 속했다. 이 시험은 치료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처음 투여했을 때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1상 임상이었다. 즉, 사람이 견딜 수 있는지를 묻는 단계였다. 그리고 이전에도 유전자 치료 임상은 이미 여러 차례 진행되고 있었고, 심지어 중대한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다.
이 시험의 피험자인 18살의 제시 겔싱어(Jesse Gelsinger)는 OTC 결핍증을 앓고 있었다. OTC 결핍증은 단백질 대사 노폐물인 암모니아를 요소로 바꾸지 못해 혈중에 암모니아가 쌓이는 유전성 대사 질환이다. 그러나 이 소년은 약물과 식이 조절만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생명이 위급한 상태도 아니었고, 대체 치료가 전혀 없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임상에 참여했다.
투여 후 그는 극심한 면역 반응을 보였고, 전신 염증 반응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진행되면서 다발성 장기부전에 빠졌다. 투여 후 불과 나흘 만에 그는 사망했다. 조사 과정에서 더 심각한 문제들이 드러났다. 동물실험 단계에서 이미 고용량 투여 시 독성 신호가 관찰되었고, 이전 임상 참여자들에게서도 간 기능 이상과 같은 경고가 보고된 바 있었다. 또한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투여된 약물이 간 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로 퍼져 급격한 장기 부전을 일으킨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들은 임상 설계와 피험자 동의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심지어 해당 임상이 치료 목적이 아님을 그 소년은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 사건 이후 유전자 치료는 사실상 전면 중단되었다. 단일 임상의 실패가 아니라, 플랫폼 전체의 신뢰가 무너졌다. 그러나 동시에 이 사건은 유전자 치료가 다시 시작되기 위한 최소 조건을 명확히 만들었다. 무제한적 낙관 대신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평가자료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다.
사건 직후 미국 규제기관은 유전자 치료 전반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가장 먼저 현재 계획 중인 수백개의 유전자 치료제 임상이 전면적으로 중지되었다.
이후 유전자 치료 분야는 수십 년간 매우 보수적이고 엄격한 안전 기준 하에 관리되기 시작했다. 아직은 이 신기술에 대한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완벽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결과이다. 이후 전임상 단계에서 면역 반응과 용량 독성에 대한 훨씬 정밀한 데이터가 요구되기 시작했다. 유전자 치료제들의 보수적인 용량 설계, 단계적 투여 전략, 장기 추적 관찰 의무는 모두 이 사건 이후 정립된 규제 철학의 산물이다.
또한 임상시험 정보 공개를 더욱 강제화하였다.
임상시험 중 발생하는 모든 중대한 부작용과 잠재적 위험 요소는 연구자의 판단에 맡겨질 수 있는 사항이 아니게 되었다. 연구자는 이를 규제기관과 피험자에게 즉각적이고 투명하게 보고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지게 되었다. 겔싱어 사건 당시, 연구팀이 이전 동물실험에서 관찰된 고용량 독성 신호와 다른 피험자에게서 나타난 간 기능 이상을 충분히 공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부작용에 대해서는 해석의 차이라 얘기했지만, 이후에는 의무적으로 공개해야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피험자 동의 절차의 엄격화다.
희생된 소년은 유전자 치료가 자신의 상태를 개선해줄 수 있다고 믿고 임상에 참여했다. 하지만 실제로 해당 시험은 치료 효과가 아닌 안전성만을 확인하는 초기 단계 실험이었다. 이 차이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이후 임상시험에서는 환자가 이해했음을 정식 문서로 남겨야 했다.
신약 개발, 특히 새로운 플랫폼 기술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실패가 아니라 성공을 확신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한 번의 낙관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규제는 점점 더 구체화된다.
한 소년의 안타까운 사망은 유전자 치료제 플랫폼이라는 기술 자체를 더욱 보수적으로 검증하게끔 만들었다. 그렇기에 COVID-19 mRNA 백신같은 기술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