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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N잡러가 됐다

<번역가 되는 법>

by 무아노

재미나 위로, 무엇이라도 느낄 수 있도록

요즘 직장인의 미덕에는 'N잡'이 빠지지 않는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첫 번째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관둠), 두 번째는 웹소설 출판(진행 중), 그리고 세 번째는 전자책 출판이다. 전자책 출판은 글과 관련되어 있어서 그런지 재미있고 몇 개월째 지치거나 질리지 않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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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을 만들고 판매를 하다 보니 좀 더 질 높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번역이었다. 직접 글을 쓰는 것보단 '좋다'고 알려진 책을 골라 번역한다면 질은 좋고 시간이 적게 들 거란 생각이었다.

그러나 호기로운 시작과 달리 번역가의 도리에 맞게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다. 역시 쉬운 일이 없었다. 그래서 『번역가 되는 법: 두 언어와 동고동락하는 지식노동자로 살기 위하여』를 읽어 보았다.


번역을 하면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를 선택하게 된다. 작품과 독자사이에 번역가가 끼어있다는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거나 아예 이국적인 느낌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영미권, 일본 작가의 책을 읽으면 이국적인 느낌을 받는다. 예를 들어 영어의 ‘make an appointment’를 “약속을 만들었다”로 직역한다.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닌, 이런 미묘함에서 독자는 번역서를 읽고 있다는 걸 상기하게 된다.


번역가가 되려면 전문성을 키워야겠다고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생각하는 번역가는 출판사와 협업을 하는데, 이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통, 번역 대학원에 가려고 고집할 필요도 없습니다. 통, 번역 대학원은 통역과 번역을 가르치지만 대부분 출판 번역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출판사는 학력이나 자격증보다 ‘유려하고 잘 읽히는 번역’만을 요구한다고 하니, 생각보다 번역가가 되는 길은 열려있었다. 하지만 작가는 번역가가 될 사람이라면 이미 문장력과 통찰력이 안정적으로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글을 많이 읽고 써보며 무의식적으로 감각이 쌓여있어야 하는 것이다.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번역 에이전시를 통해 경험을 쌓거나 출판사, 선배 번역가의 눈에 띄어 제안을 받고 번역을 하게 된다. 그럼 꼭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서만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오히려 좋은 책을 찾아 제안을 할 수도 있다.

말은 좋아 보이지만 반대로 글 쓰는 감각과 기획력이 있다면 누구나 번역을 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전문 번역가는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아르바이트를 권유했다. 작가처럼 대학 강의, 윤문, 저작권 중개와 편집처럼 관련된 일을 하든, 가능한 시간에 고정적인 일을 하든 먹고살 수 있다면 상관은 없다.


한국의 출판계는 불황이라 번역가 역시 쉽지 않다. 언어를 공부한 사람이 많을 뿐 아니라 AI로 인해 번역은 더 빠르고, 더 많이 이뤄지고 있다. 그만큼 번역가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오히려 번역가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하고 매력적인지 알게 됐다. 원작 독자만큼 그 세계를 온전히 경험하기는 어렵지만, 그만큼의 깊이를 전하려 애쓰는 것이 번역이다. 질 좋은 콘텐츠를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느낄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번역가의 도리라는 정답은 없었다. 하지만 스스로를 의심하던 마음은 조금 덜어낼 수 있었다. 작업을 하며 독자가 원작으로부터 재미든 위로든, 무엇이라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으니까. 나도 모르게 번역가의 마인드로 지내온 셈이다. 그래서 나의 N잡에 번역가를 추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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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첫 번역서 『어쩌면 멋진 나답게 살자』를 소개합니다.


원제 『피터 래빗의 모험』는 피터의 (그 유명한 피터 래빗은 아니에요) 하루하루를 따라가며 스스로를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자신에게 읽어주기 좋은 동화이며 삶의 소소한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현재 교보문고, 리디, 알라딘, 예스24에서 전자책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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