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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는 혼자 놀 줄 알아야 합니다.

50대 생존 이야기 : 취미 편

by 김인걸

50대 직장인이면 직장에서 관리자이거나 더 높은 직위에 있을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관리자 직위이면 10여 명에서 수십 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관리자는 직장에서 직원을 평가하는 직위이므로 직원들은 관리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려고 노력합니다. 몇몇 직원이 관리자에게 잘 보이려고 하다 보면 다른 직원들도 FOMO(Fear of Missiong Out: 흐름을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를 느낍니다. 그러다 보면 서로 경쟁이 붙어 관리자의 취향과 성향에 맞추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관리자가 즐기는 음식으로 회식 메뉴가 결정되고, 좋아하는 운동으로 주말 모임이 진행됩니다. 관리자는 본인이 좋아하니 다른 사람도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관리자는 외롭지 않습니다. 점심시간에 직원들이 늘 같이 식사하고 퇴근 전 갑자기 술 한잔하자고 번개를 날려도 많은 직원이 참석합니다. 주말에 등산 가자고 하면 적지 않은 직원들이 참여합니다. 등산 후 막걸리 한잔 사면서 관리자로서 직원들의 건전한 여가 생활과 건강을 위해 주말까지 헌신하고 있음에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막걸리와 안주를 사주느라 개인 돈이 소요되지만, 직원들이 좋아하니 아깝지 않습니다. 일과 중에는 직장 일로 분주하고 퇴근 후에는 직원들과 시간을 보내느라 늘 바빠서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혼자서 무엇을 해보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퇴직 후에도 본인을 좋아하는 직원들과 가끔 식사도 하고 주말에 등산도 하면 무료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관리자만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직원들이 하는 모든 행동은 직원들이 좋아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직원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관리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하는 행동입니다. 그 말은 관리자가 그 직위를 떠나면 직원들이 그동안 보여 주었던 모습은 사라집니다. 정말 마술 같습니다. 사실처럼 보였던 모습들은 직원들이 만든 허상이었습니다. 오히려 관리자가 떠나면 그동안에 듣지 못했던 불평이 따라옵니다. 회식 때 매번 먹었던 삼겹살이 지겨웠고, 주말에 등산은 정말 가기 싫었으며, 막걸리 사주면서 생색내는 모습은 꼰대 같았다는 말이 들립니다. 돈 쓰고 욕먹는 상황이 되니 어처구니없습니다.


그래서 관리자가 되면 그때부터는 혼자 놀아야 합니다. 점심도 자연스럽게 만나는 사람과 식사하고, 예정된 모임이 아니면 퇴근 전 갑자기 번개를 치면 안 됩니다. 주말에 할 일 없다고 같이 등산을 가자고 해서도 안 됩니다. 직원들의 개인 시간에 관여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관리자까지 되었는데 직원 눈치를 봐야 하냐고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직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50대 남자를 위해 그렇게 해야 합니다. 대략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관리자가 더 성공하기 위해서입니다. 관리자는 관리하는 부서의 업무 성과를 높여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성과가 높으면 상위 직위로 승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관리자가 자신에게 잘 보이려는 직원을 선호하면 조직의 화합이 깨집니다. 관리자는 누구를 더 선호하지 않았다고 항변합니다. 하지만, 관리자가 별 의미 없이 하는 모든 언행을 직원들은 "관리자에 대한 충성도"라는 필터를 거쳐 해석합니다. 관리자는 억울합니다. 하지만 세상의 이치는 단순합니다. 즉,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잘해 주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관리자도 똑같습니다.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본인도 모르게 챙기게 됩니다. 모든 직장에는 아부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 부하가 있습니다. 그런 능력이 없는 직원들은 그런 능력자를 보면서 불안을 느낍니다. 우연히 그들보다 낮은 평가를 받거나 적은 성과급을 받게 되면 모든 원인은 아부 능력자에게 돌아갑니다. 업무 능력이 아니라 아부 능력이 승진에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다음으로 50대 관리자는 퇴직 이후를 고려해서 혼자 노는 법을 연습해야 합니다. 혼자 놀아본 적이 없으면 갑자기 혼자 놀기 어렵습니다. 갑자기 혼자가 되면 외롭고, 자존감은 낮아집니다. 당연한 삶의 모습인데 본인이 삶을 잘못 살아온 것처럼 생각됩니다. 우울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술, 담배 같은 잘못된 습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면 삶은 혼자라는 순리를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50세가 넘으면 혼자 놀아야 합니다. 혼자서 무엇을 하면 즐겁게 지낼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실행해 보아야 합니다. 같이 나이 먹어가는 친구나 아내와 같이 할 수 있는 활동이 있으면 좋습니다. 직원들에게 돈 쓰고 스트레스받고 욕먹지 마시고 유유자적한 혼자만의 삶을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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