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0대 생존 이야기

프롤로그 : 중년도 아프지만, 숨 죽여 참는다.

by 김인걸


최근에 오른쪽 발등과 무릎이 다쳤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아픈 오른발 대신 왼발만 사용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왼발 무릎과 발목도 아파옵니다. 혼자서 주위에 들리지 않게 "이런 젠장!"을 외쳐봅니다.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몸까지 아프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90년대 그룹 송골매의 보컬이었던 구창모 씨의 노래가 생각납니다. 노래 제목이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라는 노래인데 가사에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진실을 알게 했어요"라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맞는 말이긴 한데 아프지 않고 성숙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프거나 힘들지 않고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일은 모두의 소망입니다. 운동과 다이어트 없이 몸짱이 되고, 공부하지 않아도 우등생을 꿈꾸고, 사는 주식마다 대박이 나서 여유 있게 은퇴하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시간을 지불하고 배운 교훈은 힘든 상황이 인생의 깨달음을 준다는 사실입니다. 고단한 군생활이 평범한 일상의 고마움을 알려 주었고, 1년의 해외 파견 생활은 가족의 소중함을 알려 주었으며, 하다 못해 감기가 걸려 아픈 후에는 건강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도 많이 아프고 다치면 큰 변화가 생깁니다. 평소에는 알면서 모른척했지만, 대형 사고를 겪게 되면 갑자기 개선됩니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사건은 건설 법규를 강화시켰고, 대형 태풍/홍수 피해는 방재 시설을 보완하게 했으며, 아동학대/성폭력 사건이 이슈가 되면 관련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이런 현상을 개인적으로 '재난의 역설'이라고 부릅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도 20대 자녀 2명을 키우고 있어서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고자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듯 힘들어하면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하지 못한 말이 있습니다. "아빠도 매일매일 아프다."라는 말입니다. 50대 가장은 퇴직 걱정, 노후 대비, 주거 문제, 자녀 관계, 부모 봉양, 자신의 건강 등으로 아프고 고민되는 일이 차고 넘칩니다. 다만 살아가면서 너무 자주 아파서 그런 아픔이 만성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파도 잘 참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때로는 눈물을 흘리고 너무 고통스럽다고 소리치고 싶지만, 혹시나 가족들이 걱정할 까봐 속으로만 숨죽여 아파할 뿐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