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7.
자대 가는 것이 불안한가?
그렇다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기억하며, 처음 칭찬받은 곳에 대한 자신감과 신념을 간직하자.
어제 중대장님이 군생활 잘하게 생겼다고 하셨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분은 좋았다.
또 오늘 청소도구를 가지러 간 화장실에서 상급자를 마주쳤다. 나는 바로 목례를 했다.
그분이 갑자기 "오른손이 비는데 왜 목례를 해?"라고 물어오셨다.
"화장실에서는 손에 묻은 이물질이 상급자의 얼굴에 튈 수도 있으니 항상 목례를 하라고 배웠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다.
그분은 엄지를 치켜들어주시고 유유히 갈길을 가셨다.
남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모여있는 곳에서 칭찬을 받으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엄한 곳에서 가끔이라도 칭찬을 받아 큰 힘을 얻는다.
어린 나이에 혼자서 해외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자발적인 결단으로 시작된 해외생활이지만,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결단을 내린 것을 두고 정말 자발적인 결단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그 당시의 충동은 시간이 지나 자발적 결단이라는 멋진 옷을 입게 된 거 아닐까 합니다(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생각을 해봐야겠네요).
해외생활을 하며 낯선 언어와 환경에 적응하려고 분투했습니다. 그만큼 혼자서 지내는 능력도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잘 지낸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평가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난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습니다.
입대를 앞두고, "남자 자격증"을 따러 가보자라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떤 일이건 이름을 불러주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고 그에 따른 마음가짐이 달라진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군대 기간을 "남자 자격증" 취득 기간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제가 살던 시기는 요즘보다 "남자가~", "여자가~"라는 식으로 원칙이 많이 있던 세상입니다. 그중 단연코 가장 대표적인 게, '군대도 안 갔다 온 남자는 남자도 아니다'라는 원칙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입대를 "남자자격증"취득과정으로 삼은 것입니다(분명 과거 조각이 가 남긴 기록 어딘가에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정리되어 있을 것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혼자 지낸 만큼 타인의 평가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군대를 갈 때, '다른 사람들은 날 어떻게 볼까?'라는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군생활을 임한 것도 있습니다. '나의 긍정적인 태도와 사고방식이 모두가 인상 쓰는 군대에서도 효력이 있을까'와 같이요.
이런 이유로 군대에서 칭찬을 받았던 순간은 참으로 좋은 순간으로 기억됩니다. 글에 써둘 만큼이 나요.
지금의 저는 여전히 칭찬받는 걸 좋아합니다. 제 자신이 스스로에게 엄격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엄격한 것과 타인이 저를 좋게 보는 건 또 별개라는 걸 살아오면서 배웠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항상 타인의 칭찬을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스스로 자신을 칭찬하는 시간을 꼭꼭 가져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