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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것이 시작이었다 2

수집종료-머메이드 뱅글

by 은림


우리의 몸은 지구의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지구는 별이니, 우리는 별의 조각이라고 어떤 SF작가가 쓴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하나 기억과 출처가 분명치 않으니 나도 한 줄 보태본다)


우리 몸 안에 광물과 동물과 식물의 원소들이 어떻게 맞물려 생명을 이루고 한 인간의 껍질을 입고 개성과 고유성과 동시에 일반화되는 특징들을 이루는지 깊게 파보지 않았다. (이것은 생물학과 종교와 정신과학의 영역이다.) 다만 원소들은 끊임없이 소모되고 마모되며, 생명이 유지되려면 새로운 것을 섭취 흡수하고, 불필요한 것을 배출하여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결국 모든 것은 죽는다.


돌들도 가루가 되어 부서져 원소와 흙으로 돌아가며 금속도 불에 녹아 일부 공기 중으로 날아가고 (이것이 해리다) 나머지가 고체가 된다. 순금이나 순은을 녹이거나 재가공할 때마다 미량씩 소실된다는 것을 아는가? 마치 더껑이진 것을 버리고 더 순수한 것이 되는 거 같기도 하고, 변화로 일부를 소실하는 거 같기도 하다. 그렇게 계속계속 녹이고 굳히고를 하면, 결국에는 완전히 사라진다. 금속의 영혼이 된다. (그런 게 있다면. 서양 마술학에서는 물, 불, 바람, 흙 네 가지 원소의 정령을 규정한다. 동양도 오방신-서양과 달리 중앙이 있다-과 대응한 다섯 물질이 있으며 서양과 겹치되 나무가 추가되고, 7이 되면 해와 달이 추가된다.)


나는 기억력이 굉장히 좋아서 두 살 때부터 기억을 하고 30대 초까지는 대부분 개인사를 기억한다. 어쩌면 과하게 기억한다.(성적과는 상관없다) 30대부터 15년 정도가 뭉텅이로 없는데, 아주 지난한 고역과 고통과 변화와 생존과 기쁨과 행복과 절망의 응축된 덩어리고, 굳이 돌아보지 않고자 한다.


누군가에겐 기대이자 희망이자 기쁨인 것이 누구에겐 고역이고, 누군가에게는 절망인 것이 다른 이에게는 스치는 무심이기도 하다. 인간들도 돌들처럼 서로를 모르고, 보석처럼 서로를 -몸색, 발색, 빛의 변화를-다층다각적으로 발견하고 서로를 얽히고 부딪치며 연마해 가는 과정이 있다. 그것이 전부 모여 삶을 이루며 인생이라 불리는 거 같다.


아무것도 아닌 돌멩이가 나에겐 애지중지한 보석으로 보였다.

사람마다에게 모두가 그런 한 점이 분명히 있다. 그것이 같은 인간종에게 한 인간으로서 각자 개성을 주고 고유성을 강화한다.



(아래는 전부 커런덤 사파이어로 합성과 천연이 섞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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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출육시절 몇 점 안 되는 기억을 끌어 모은 중에 브랜드에 대한 경험은 까르티에다. (불가리, 티파니, 에르메스, 다미아니 들어가 봤다. 들어가는 봤다. ㅎㅎㅎ 명품은 뭐가 다른가 싶어서.)

압구정동에서 친구를 만나야 할 일이 있었다. 젖냄새와 아기 토한 냄새가 가시지 않은 추레한 몰골로 지하철 통로를 걸어가면서 길을 잘못 들어서 명품 주얼리 매장사이로 유모차를 밀었다. 길을 잘못 들어선 게 아니라 그저 빛나는 것들에 끌려간 것이리라.


럭셔리 잡지를 오려서 수집한 까르티에 표범 주얼리를 실물로 보면서 너무 아름다워서 마음이 저렸다. 유리창 너머 직원이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나를 부른 것인가? 둘러보아도 나와 아이아 유모차밖에 없었다.


그냥 들어갔다. 오라고 했으니까, (부르면 온다는 귀신같다)

내가 그 표범을 실물로 볼일이 또 언제 있겠어.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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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가. 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픽디자이너, 타로카드-화묘화투 제작자. 고양이와 보석, 아름다운 것들에 홀립니다. 가족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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