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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 지나가 버린 날들

육아 이야기

by 방구석예술가
김윤하.그 날의 바다 사각조명.





"임신테스트기 두 줄인데, 임신이 아닐 수도 있나요?"

퀭한 모습으로, 초조하게 발을 떨며 물어보는 나에게


산부인과 데스크 직원분은

"어머, 그럴 일은 없어요! 걱정하셨구나~" 하고 해사하게 웃으셨다.


'임신이 아니었음 좋겠다'라는 간절함으로

[임신테스트기 오류]를 밤 새 검색 했던 나는 너무 부끄러워졌다.


그렇게 28살에 결혼을 하고,

29살에 큰 아들을 낳았다.



사실 그렇게 빠른 나이도 아니었지만, 억울했던 이유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나 자신으로만 가득 찼던 20대의 나.

진실한 사랑을 찾길 항상 갈구하면서도 결혼은 아주 멀리 두었었다.


이제 막 하고 있던 그림 작업들이 잘 되고 있었고, 다음으로 점프할 차례였다.


갑자기 인생이 나의 멱살을 잡고 새로운 세계로 나를 끌고 가려할 때

나는 주저앉아 울 수밖에 없었다.

축복이라는 카테고리에 있어야 할 결혼, 임신, 출산이

나에게는 준비되지 않은 지옥이었다.



친정엄마와 이모들은 입덧이 심하기로 유명해지만

나는 복을 타고 나 입덧이 없었고,

14kg 살이 찐 상태로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결혼식날을 생각하면 내 코끼리만 했던 "팔뚝"만 생각난다.


만삭 때는 34kg까지 쪘다.

피자 한판을 매일 먹었기 때문이다.




4.0kg를 자연분만하고, 산후 조리원에서 나오 던 날.

간호사님이 아이를 안겨주며 말씀하셨다.

"아이가 예민해서 많이 울 거예요."


큰 아들은 어딘가 아픈 아이처럼 하루 온종일 울었다.

3교대 근무를 하는 남편은 아이가 자는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었고,

이제 막 엄마가 된 나는 우는 아이를 하루 종일 안고 울었다.

나는 싸울 힘도 없었지만 남편과 매일 싸웠다.



누구에게 말을 할 수도, 전화를 걸 수도 없었다.

남편 따라 온 동네에는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아이는 5초라도 내려놓으면 울었다.

남편이 안아줘도, 친정엄마가 안아줘도 울었다.


큰 아들은 저녁에도 잠을 자지 않고 30분 간격으로 깨면서 울었다.

20개월이 지나서야 조금씩 나아졌다.




그 시간들을 어떻게 지났는지 지금 돌이켜보아도 눈물이 난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했기 때문에 상처로 남았다.

내 소중한 갓난아이를 키워낸 장면이 상처로 남아있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았으면 조금이라도 가벼워졌을 거다.

눈물을 쏟아내며 누구라도 붙잡고 말하고 싶었지만,

내 친구들은 결혼도 안 한 아가씨들이었다.

공감해 줄 사람이 곁에 아무도 없었다.


그 시간을 버틴 것이 아니라,

그냥 매일 아이와 울다 지나가 버렸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

.

.

.


2살 터울 둘째를 똑같은 병원에서 낳은 뒤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날.

간호사님이 아이를 안겨 주며 말씀하셨다.

"아이가 아주아주 순해요."


내가 살면서 이제껏 들어본 말 중에 가장 행복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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