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조금 알게 되는 삶의 속도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이 마냥 아까워 발버둥을 치던 때가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는 괜히 손해 보는 기분이 들었고, 가만히 있는 시간은 어딘가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괜히 바쁘게 움직였다. 꼭 해야 할 일도 아닌데 무언가를 만들고, 채우고, 또 다른 일을 끌어다 하루를 채웠다. 그렇게 살면 시간쯤은 조금 붙잡아 둘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시간은 그런 사정을 봐주는 편이 아니다.
붙잡으려 할수록 더 빨리 지나갔고, 바쁘게 움직인 날일수록 하루는 더 짧게 느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냥 지쳐버렸다. 오래 달리다 숨이 차면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 앞에서 괜한 발버둥을 조금 내려놓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시간은 애초부터 그런 것이었다. 누가 조급해한다고 느려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느긋하다고 더 서두르지도 않는다. 그저 자기 속도로 흘러갈 뿐이다. 생각보다 꽤 무심한 존재다.
그런데 나이가 조금 더해지자 묘한 일이 하나 생겼다. 예전에는 그렇게 더디게 가던 계절이 이제는 슬쩍 고개를 돌린 사이에 지나가 있다. 한 해도 비슷하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끝 쪽에 와 있다.
그래서 이제는 시간을 붙잡으려 하지 않는다.
어차피 붙잡히지 않을 것을 굳이 애써 볼 이유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시간이 느린 것이 불만이었고, 지금은 시간이 빠른 것이 조금 아쉽다. 생각해 보면 꽤 우스운 일이다. 결국 시간은 한 번도 내 마음대로 흐른 적이 없는데, 나는 그때마다 불평을 하며 살았던 셈이니까.
그래서 요즘은 그냥 흘러가는 걸 바라본다.
빠르면 빠른 대로, 느리면 느린 대로.
세월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시간은 애써 붙잡지 않아도 자기 몫만큼은 흘러간다는 것.
아마 이런 마음을 두고, 세월이 조금 들었다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