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와도 함께하지 않는 시간, 그러나 가장 깊이 나와 마주하는 순간.
혼자 있는 시간이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즐겁다. 그래서 이 시간은 늘 조금 어렵다.
사람들과 어울려 지낼 때는 잘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이 있다. 하루의 일들이 지나가고, 주변이 조용해지고, 말들이 모두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떠오르는 것들이다. 혼자 있는 시간은 그런 것들을 천천히 수면 위로 밀어 올린다. 잊고 있었던 생각들, 오래전에 스쳐 지나갔던 감정들,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되었던 기억들까지도 조용히 자리를 잡는다.
어떤 날의 고요는 참 편안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누구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어떤 역할도 맡지 않아도 되는 순간. 그저 나로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시간이다. 창밖에서 바람이 스치는 소리나,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작은 생활의 소리들이 오히려 마음을 안정시킨다. 세상이 잠시 속도를 늦춘 것 같은 느낌 속에서 나 역시 조용히 숨을 고른다.
하지만 또 어떤 날의 고요는 다르게 다가온다. 같은 정적인데도 어딘가 서늘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마음이 조금 무거워지고, 생각이 자꾸 안쪽으로 깊어져 들어간다. 지나간 일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미 끝난 이야기들이 괜히 다시 마음을 건드리기도 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인데도 마음속에서는 작은 파문들이 계속 번져간다.
그래서 가끔 헷갈린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정말 이 정적인지, 아니면 고독인지.
정적은 단순히 소리가 없는 상태일지 모른다. 그러나 고독은 조금 다르다. 고독은 혼자라는 사실을 또렷하게 느끼는 감정이다. 아무도 없는 시간 속에서 나 자신과 마주 서야 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요한 시간은 때때로 쉼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사람은 그 거울을 피하고 싶어서 바쁘게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계속 말을 나누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며 시간을 채우는 이유도 그 때문일지 모른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결국 마주하게 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아닌, 아주 오래 알고 있었지만 깊이 바라보지 않았던 나 자신을.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이 시간을 찾는다. 아프기도 하지만, 그만큼 솔직해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얼굴도, 어떤 역할도 필요 없는 시간. 그저 나로 남아 있을 수 있는 순간.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은 여전히 어렵다.
그러면서도, 자꾸 다시 돌아오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