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숨 쉬는 소리
이른 아침, 바다를 따라 걷는다.
아직 하루가 완전히 깨어나기 전,
파도는 낮은 목소리로 해안을 두드리고
공기는 밤과 아침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나는 그 가장자리를 따라 천천히 걸어간다.
처음에는 그저 산책이었다.
몸을 조금 풀고, 생각을 정리하고,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는 단순한 시간.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걷는다는 행위는 조금 다른 의미가 되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숨이 천천히 들고 나고,
발바닥 아래에서는 모래가 부드럽게 밀린다.
사각, 사각.
그 소리는 작지만 분명하다.
마치 내 안의 어떤 리듬과
조용히 보폭을 맞추는 것처럼.
그래서 언제부턴가
내 귀에는 이어폰이 없다.
음악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걸
문득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침 바다는 이미 충분한 음악을 가지고 있다.
멀리서 밀려왔다가
다시 천천히 물러가는 파도의 호흡,
모래 위에서 부서지는 잔잔한 물결의 숨결.
나는 그 소리를 따라
바다의 가장자리를 걷는다.
마치 세상의 테두리를 따라
천천히 한 바퀴 도는 사람처럼.
발걸음 하나가 모래 위에 놓일 때마다
파도는 그 곁으로 살짝 다가왔다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돌아간다.
걷는다는 건
어쩌면 바다와 나 사이에
말없이 이어지는 대화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봄이 가까워지면
공기에는 아주 미묘한 온기가 스민다.
차갑던 바람 끝이 조금 누그러지고
햇살은 바다 위에서 더 오래 머문다.
나는 그 변화를
누군가보다 먼저 발바닥으로 느낀다.
모래의 온도,
공기의 결,
파도의 느린 호흡.
걷는 시간을 오래 보내다 보니
세상이 돌아가는 소리가
조금씩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그냥 지나칠 소리들—
모래가 발아래에서 사각거리는 소리,
아침 바다가 천천히 숨을 고르는 소리,
멀리서 하루가 깨어나는 작은 웅성거림.
예전에는 들리지 않던 것들이다.
어쩌면 산책이라는 건
어딘가로 가기 위한 일이 아니라
가만히 서 있을 때는 들리지 않던
세상의 작은 숨소리를
비로소 듣기 시작하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시작은 늘
아침 바다의 파도 소리와 함께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