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왼손잡이가 어때서요.

by 하빛선

나는 왼손잡이다. 아니, 양손잡이다. 원래는 왼손잡이였지만 훈련된 오른손잡이가 되었다.

어렸을 때, 왼손으로 밥을 먹거나 글씨를 쓰려고 하면 아버지는 크게 화를 내셨다. 밥을 먹을 때 내가 왼손을 사용하면 가느다란 막대기 회초리로 손등을 살짝 내리치시며 오른손을 사용하도록 훈련시키셨다. 아버지가 왼손잡이를 싫어하셨기 때문에 나도 왼손을 사용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부끄러웠다. 그래서 가능한 한 오른손을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오른손을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어렸을 때부터 훈련이 되어서인지 나는 밥 먹는 것과 글씨 쓰는 것은 오른손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외의 것은 왼손을 사용한다. 빗자루나 걸레질, 칼질 모두 왼손차지다. 배드민턴, 탁구, 테니스, 볼링도 모두 왼손을 사용했다.

음식을 만들 때 왼손으로 칼질을 하고 있자면, 주변 사람들은 뭔가 불안한 지 내 손을 한참 쳐다보다가 대신 칼질을 하겠다고 나선다.


사람들의 시선으로는 왼손사용이 불편해 보여도 왼손잡이들에게는 전혀 불편하지 않다.

나에게는 익숙한 일들이 사람들 눈에는 불편하고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서로를 바꾸려고 무던히 애를 쓰는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나이가 드니 이제는 점점 오른손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습관이 본능을 이긴 것이다. 이제는 배드민턴도, 탁구도 오른손으로 칠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고치지 못한 것들도 있지만, 점점 양손의 사용이 자연스러워졌다.


언젠가는 오른손밖에 사용할 수밖에 없는 날이 오겠지.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가 되기 위해 평생이 걸릴 지도 모른다.


요즘은 왼손잡이가 흠이 아닌 세상이 되었다. 서로를 인정해 주는 마음이 생긴 것인지 서로 간섭하고 싶지 않은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오늘도 왼손으로 칼질을 해서 만든 음식을 오른손으로 맛있게 먹는 내 모습을 보니 '풋'하고 웃음이 나온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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