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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디자인한다.

시작 글

by 고요


시작에 앞서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해 왔다. 디자인은 나에게 단순히 예쁘게 꾸미는 작업이 아니라, 아름다움과 기능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하는 일이었다. 특히 UX/UI 디자인을 배우면서 사용자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법을 익히게 되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팀 프로젝트도 경험했다.


잠깐 UX/UI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자.


UX란?

UX는 User Experience의 약자로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전체적으로 느끼는 사용자 경험을 의미한다.


UI란?

User Interface의 약자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서 사용자가 제품 혹은 서비스와 시각적으로 마주하는 디자인을 뜻한다.


보통 이 둘을 합쳐서 UX/UI 디자인이라고 부르는데, 단순히 웹사이트를 예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측하고, 그 흐름에 맞춰 디자인을 논리적으로 설계하는 작업이다.

때로는 그 디자인이 왜 필요한지, 어떤 방식으로 기업에 이익이 되는지를 개발자나 클라이언트에게 설득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실제로 카카오 대표였던 디자이너 조수용은 "내가 하는 디자인이 생각보다 큰 의미가 없다는 거를 알아채야 한다"며, 디자인은 단순히 예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하였다.


나는 디자인을 ‘창작’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에서 디자이너는 설득하고, 논리로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까지 요구된다. 그리고 나는 그 과정 속에서 내가 어떤 창작을 잘할 수 있는지 다시 고민하게 됐다.

여전히 디자인은 창작이라고 믿는다. 실제로 지금도 그런 디자이너와 작가들은 존재하고, 나도 그걸 부정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나 스스로 돌아보았을 때, 내 재능은 그림보다는 ‘글’에 가까운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디자인을 처음 시작할 땐 ‘아름다움을 만드는 창작’이라고 생각했었고, 지금도 그 믿음은 남아 있다. 하지만 현실 속 디자인은 때때로 감정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요구된다. 그 과정에서 내가 진짜로 창작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하다가, 글이라는 방식에 자연스럽게 손이 갔다.


나는 여전히 창작을 하고 싶다. 단지 그 표현 방식이 이미지에서 글로 바뀌었을 뿐이다. 디자인이란 결국, 누군가를 위한 구조를 만들고, 의도를 담아내며,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런 점에서 글도 디자인과 닮았다. 문장 하나하나의 리듬, 단어의 배열, 감정의 동선까지 설계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고 말하지 않고, 글을 ‘디자인한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쓰게 될 내용에 대해서


나는 ADHD를 겪고 있는 20대 중반의 여성이다. 매년 비슷한 시기에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고, 그게 반복되면서 번아웃으로 이어지는 패턴이 생겼다.

나는 그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탓하며 침묵의 늪에서 오래 머물렀다. 그 시간들은 말로는 설명되지 않았고, 그래서 글이 되었다


이 글은 디자인에 대한 정보나 심리학 이론을 다루려는 글이 아니다. 그보다는 내가 겪어온 고민들, 그때마다 동반된 감정들, 그리고 그 감정들이 내 심리나 일상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정리해보려는 시도다. 감정을 구조로 바라보고, 글로 재배열해보려 한다. 나 자신을 이해하려는 기록이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작업이다. 지금부터 써 내려갈 이 글들은, 그 침묵의 늪에서 나 자신을 붙잡아보려는 작은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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