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칼(슬라이서)만 사용한 간단한 샐러드
이 샐러드는 솜씨를 뽐내는 요리가 아니다.
오히려 솜씨를 최대한 뒤로 미루는 쪽에 가깝다.
불은 쓰지 않고, 칼도 거의 들지 않는다.
채칼 하나로 모든 것을 같은 속도로 밀어낸다.
비트도 사과도 색도 단단함도 모두 다르지만,
채칼 앞에서는 같은 두께로 정리된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출발선은 다르고 개성과 색은 제각각이지만,
어떤 순간 앞에서는 누구나 비슷한 방식으로 얇아진다.
비트는 땅속에서 자란 시간의 맛이다.
붉은색은 지나온 날들의 밀도 같고, 황금색은 그 시간이 꼭 무겁지만은 않았다는 흔적이다.
사과는 나무 위에서 자란 계절의 맛이다.
햇빛을 받은 쪽은 달고, 그늘에 머문 쪽은 조금 더 단단하다. 같은 사과라도 잘라보면 결이 다르다.
사람들도 비슷하다.
겉으로는 하나처럼 보여도, 속을 들여다보면 각자 다른 방향으로 살아온 흔적이 있다.
염소 치즈는 이 샐러드의 중심이라기보다는 바닥에 가깝다.
위에 올라갈 재료들을 조용히 받쳐주는 역할이다.
우유를 조금 섞어 부드럽게 만든 이유도 거기에 있다. 강해 보이는 것일수록, 조금 느슨해질 자리가 필요하다.
단단한 치즈는 혼자 서 있고, 크림이 된 치즈는 다른 것들을 자연스럽게 품는다.
각을 세운 채로는 자기 자리를 지키기 쉽지만,
누군가를 들이기에는 조금 버겁다.
조금 풀어진 사람 곁에는 설명하지 않아도 머물 자리가 생긴다.
이 샐러드에는 요리사의 판단이 거의 개입되지 않는다. 익힘도 없고, 과한 간도 없다.
재료가 가진 질감과 색을 그대로 마주하게 둘 뿐이다.
채칼로 썰 때 나는 일정한 소리는 생각을 잠시 멈추게 만든다.
더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느낌이 그 리듬 안에 조용히 스며 있다.
민트는 마지막에 올린다.
대부분 그렇듯, 입 안에서 마지막까지 향으로 남는다.
눈에 크게 띄지는 않지만, 없으면 바로 느껴지는 존재이다.
그래서 민트는 많이 필요하지 않다.
이 샐러드는 질문을 던진다.
지금 너무 많은 불을 쓰고 있지는 않은지, 굳이 익히지 않아도 되는 감정까지 애써 가열하고 있는 건 아닌지.
가끔은 이렇게 먹는 것도 참 좋다.
자르기만 하고, 섞기만 하고, 기다릴 필요 없는 음식.
손질이 끝나는 순간이 곧 완성인 요리.
더 맛있어지기 위해 오래 끓이는 삶보다, 지금 이 두께로도 충분한 상태.
채칼 하나로 썰린 이 샐러드처럼, 복잡하지 않아도 깊을 수 있다는 느낌이 입안에 오래 남는다.
요리초보도 헤드셰프가 되는 세상에서 제일 만들기 쉽고 맛있는 비트루트, 염소 치즈, 사과를 곁들인 샐러드 만들기
(Beetroot, Goat cheese and apple salad)
준비시간 20분, 2인기준
● 재료
•염소 치즈 200g
•우유 50ml
•작은 사이즈 생비트 3개 껍질을 벗기고 손질한 것
(가능하면 황금색, 빨간색 등 색깔이 다른 것),
•사과 2개
•카놀라유 1 스푼
•사과식초 1 티스푼
•민트 1/2묶음 (잎만 따서 얇게 썬 것)
■ 만들기
•1단계
푸드 프로세서에 염소 치즈와 우유를 넣고 걸쭉한 크림처럼 될 때까지 갈아줍니다. 기호에 따라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후, 큰 접시에 담아냅니다.
•2단계
비트의 껍질을 벗기고 다듬은 후, 사과와 함께 (씨까지 모두) 채칼로 얇게 썰어줍니다. (안전 가이드를 꼭 사용하시면 안전합니다.) 카놀라유와 사과 식초를 약간씩 넣고 잘 버무립니다.
•3단계
염소 치즈 위에 모든 재료를 얹습니다. 민트 잎을 따서 얇게 썰어 뿌린 후 즉시 서빙합니다.
*TIP: 염소치즈가 없다면, 우유 없이 리코타 치즈와 올리브 오일, 소금과 후추를 잘 섞어서 접시 위에 넓게 잘 펴 발라 샐러드를 만드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