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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 타결: 3.5천 억$ 투자, 15% 관세

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by 이설아빠

"딜은 끝났습니다” 이후의 질문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거의 마무리됐다”는 말이 흘러나온 순간, 한국 기업들의 셈법은 급격히 바뀌기 시작하였다. 핵심은 두 가지였다. 첫째, 3.5천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이 중 2천억 달러는 현금, 연 200억 달러 상한의 분납 구조이다. 둘째, 상호·자동차 관세 15% 고정과 전략 품목의 특례다.


이 합의는 25% 관세폭탄을 피한 “방어”이자, 미국 중심 공급망으로의 기울기를 더 세우는 “선택”이기도 하다. 숫자는 크고 속도는 빠르다. 그래서 더 냉정한 질문이 필요하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가.


세 가지 서사: 돈의 길, 조선의 길, 기업의 길


돈의 길: 외환충격을 줄이는 분납, 그리고 “수익 회수”의 시간표

협상 핵심은 2,000억 달러 현금 투자를 일시에 집행하지 않고, 연간 200억 달러 상한으로 쪼갠 설계다. 외환 보유액과 자본 유출에 미칠 충격을 관리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한국 정부는 운용수익·외화자산을 활용하여 달러 수요 급증을 피하고, 시장 불안 시 납입 속도를 조절할 장치도 마련했다고 설명하였다.


구조 자체는 일본의 대규모 보증 패키지와 유사하지만, 현금 흐름의 평탄화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 다르다. 다만 ‘분납’은 리스크의 분산이지 리스크의 소멸은 아니다. 투자 프로젝트의 상업성, 원리금 회수·수익 배분 메커니즘은 앞으로 5 ~ 10년간의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조선의 길: MASGA, “미 조선업 재건”과 한국의 교두보

3.5천억 달러 중 1.5천억 달러는 ‘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로 묶인다.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미국 내 조선소 건설·인력 양성·공급망 재구축, 그리고 군함·특수선 정비까지 미국의 산업·안보 어젠다와 정확히 겹친다.


2024년 한화의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 1억 달러 인수는 이 그림의 선행 포석이었다. 문제는 실행 역량과 현지 조달이다. 미국의 인력·판재 공급·노후 인프라 병목은 ‘돈만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기회가 크듯, 난이도도 크다. 한국 조선은 미국 특수선·군함에서 중국과의 차별화라는 전략적 니치를 확보하되, 수익성·리드타임·현지 규제라는 삼중 변수를 통과하여야 한다.


기업의 길: 15% 관세 시대의 재배치, “미국 중심 + 마더팩토리”

관세는 일단 15%로 고정되었다. 자동차·부품의 25% 부담이 15%로 낮아진 것은 긴급 출혈을 막는 효과가 있지만, FTA 0%에서 15%로 올라선 한국에는 체감 역풍도 있다. 전략 품목(제네릭 의약품·항공기 부품 등)의 특례·무관세 적용은 완충재다.


그럼에도 산업의 답은 비슷해진다. 현지 생산 확대(미·멕시코), 고부가 라인업 전환, 그리고 본국의 마더팩토리(설계·R&D·첨단공정) 고정이다. 대미 현지법인과의 기업 내 무역을 통해 한국산 중간재·장비의 동반 수출을 유지·확대하는 구조가 중요하다.


관세 회피만을 위한 공장 이전의 유혹을 경계하고, 국내 고부가 기능을 붙들어야 ‘공동화’를 피한다. 관세가 제도라면, 가치는 설계가 될 것이다.


“방어적 합의”를 “공격적 전략”으로 바꾸는 체크리스트


이번 합의는 ‘최악 회피’와 ‘기회 포착’ 사이에 놓여 있다. 기업은 다음을 즉시 점검해야 한다.


현지화 로드맵 재정렬: 미국·멕시코 생산비중 상향, 그러나 본국의 설계·핵심공정 ‘잠금’(lock-in)

가격·원가 시나리오: 15% 관세 반영 가격정책, 모델 믹스 조정, 프리미엄·애프터서비스 결합으로 총소유비용(TCO; Total Cost of Ownership) 최적화

원산지·품목 룰 감시: 반도체·제약 등 품목별 세부 규칙 발표 전후로 즉시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수익형 MASGA 참여: 조선·해양·LNG·MRO 연계 포트폴리오를 현금흐름 관점에서 재배치 및 ‘계약’이 아니라 ‘회수’가 목표

외환·금융 백스톱: 달러 납입 캡(연 200억)을 전제로, 환리스크 헤지·달러 조달선 다변화·현금흐름 버퍼 확충


우리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 이제 남은 건, 이행의 품질이다. 15%라는 거친 파도를 브랜드·기술·서비스의 정밀한 타로 넘어서는 기업만이, 5 ~ 10년 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세대”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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