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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Mar 17. 2024

신경 끄기의 기술

마크 맨슨 저/한재호 역 | 갤리온

여전히 많은 고민과 함께 살아가는 나에게, 이 책의  문구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10p) "소위 '인생의 목적'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은 항상 자기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게 아니다. '뭘 포기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거다."


이 책은 수년 전 유행했던 '내려놓기' 조언과는 결이 다르다. 단순히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을 더 많이 올려두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경 끄기의 기술'로 내 삶에 가치 있는 것남겨놓고 불필요한 것들은 지우는 방법을 안내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단순히 원하는 것을 고르는 과정 그 자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기존의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원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집중했다면,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되묻는다. '그것을 얻기 위해 어떤 고통을 견뎌낼 수 있느냐'라고.




먼저 첫 챕터에서 저자는 기존의 자기계발서들이 내게 '부족한 것'에만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행복과 만족이라는 신기루를 좇으며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들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행복한 사람은 거울 앞에서 행복하다고 되뇌지 않고, 진정으로 자신만만한 사람은 자신감을 증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법이다. 가장 작은 개가 가장 크게 짖는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무엇인가를 바라는 행위가 오히려 그것을 갖지 못했음을 더 강조하게 되는 것이라고.

(26p) "더 긍정적인 경험을 하려는 욕망 자체가 부정적인 경험이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부정적인 경험을 받아들이는 것이 곧 긍정적인 경험이다."


즉, 가치 있는 것을 얻으려면, 그에 따르는 부정적인 경험을 극복해야 한다. 무엇을 원하는지를 꿈꾸는 것은 달콤한 일이지만, 진짜 삶을 바꾸는 것은 그것을 이루기까지의 고통을 견디는 일이다. 그래서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기꺼이 신경 써야 하는 대상을 잘 선별해 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숙의 과정일 수 있다.

(43p) "성공을 결정하는 질문은 '나는 무엇을 즐기고 싶은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다. 행복으로 가는 길에는 똥 덩어리와 치욕이 널려 있다."
(47p) "삶이란 본래 문제의 연속이야. (중략) 한 문제를 해결하면 곧 다른 문제가 잇따르지. 문제없는 삶을 꿈꾸지 마. 그런 건 없어. 그 대신 좋은 문제로 가득한 삶을 꿈꾸도록 해."

 

진짜 가치 있는 일에 보다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함을, 행복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서 나오는 것임을, 고통을 견뎌내는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음을 깨닫게 는 책이다. 결국 우리 모두는 죽는다. 그렇기에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에만 신경 쓰는 일만으로 우리의 시간은 부족하다.

(53p) "수많은 자기계발 전도사가 새로운 형태의 부정을 가르치고, 단기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게 하지만 정작 근본적인 문제에는 고개를 돌린다. 명심하라. 실제로 행복한 사람은 절대 거울 앞에 서서 '나는 행복하다'라고 주문을 걸지 않는다."




또한 저자는 본인이 특별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삶의 기준을 평범한 것으로 다시 정할 것을 당부한다. 자아도취에 빠진다던가, 특별히 나만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 모두 자기만의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 자기의 정체성을 좁고 희귀하게 규정할수록 자유롭게 행동하고 실패하며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80~81p) "사실 '나 혼자만의 문제'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이 경험하는 문제를 수많은 사람이 과거에 겪었고, 지금도, 미래에도 겪을 것이다. (중략)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당신은 특별하지 않다."


특히 이 대목에서 많은 공감이 되었다. 한동안 열풍이었던 소위 '자존감 높이기'로 인해, 많은 전문가들이 자존감을 높이는 교육에 대해 강조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그럴듯한 이유도 없이 자신에게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제대로 된 성인이 되려면, 거짓된 자존감 높이기가 아닌, 역경과 실패,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 내는 과정만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자 나의 생각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자기 스스로를 특별하게 여기고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허세에 불과할 뿐이다. 그것으로는 위대한 사람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편, 저자는 인간이 틀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면, 삶에는 문제가 있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게 된다는 것. 문제를 피하거나 부정하며 위안을 얻는 것은 그만두어야 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문제에 제대로 맞서야 하므로.

(105p) "인생을 낙천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삶은 때로 엉망진창이라는 게 사실이고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건전한 일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문제를 책임지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도 이야기한다. 문제를 책임지는 자세여야만 진정한 배움을 얻고 현실적인 발전을 이루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앉아서 남 탓해봐야 자기만 괴로울 뿐.

(121p) "삶에 더 큰 책임감을 가질수록, 삶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내 문제는 내가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많은 부분에서 공감 가는 책이었다. 일부 자기계발서에서의 얄팍한 조언들에 위안을 얻던 나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일부 자기계발서의 색다른 조언들 대부분이 단기적으로만 잠깐의 충족감을 줄 뿐 장기적인 문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내 삶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내가 옳다는 확신을 내려놓고 언제든 실수하고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라는 것, 거절과 선별을 통해 내 삶에 무엇을 받아들이지 않을지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는 것 등의 조언들이 특히나 내 마음속에 진하게 남았다.


사실 모든 것에 신경 쓰며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그럴 수 있는 에너지도 부족하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줄어만 가는 에너지는 우리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부분을 위해 남겨놓아야 한다. 모든 사람은 늙고 결국은 죽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각자 살아가는 모습도 자세히 보면 다 거기서 거기다.


그렇다면 우리 인생에 중요하고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찾는 그 행위 자체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를 가장 생산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일 것이다. 진정으로 의미 있는 것을 찾지 못한다면 무의미하고 하찮은 것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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