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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자니 싫고, 파이어족이라 우기긴 돈이 없고..

by 리뇨

일을 안한지 만 2년이 다 돼간다. 아예 퇴직은 올 3월에 했다지만 사실상 출근을 안한 건 2년이 다 돼가니.

일단, 억지로 죄송하고 억지로 감사할 일이 없고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건 큰 장점이다.

확실히 돈에 대한 압박 말고는 스트레스 지수는 훅훅훅 떨어졌다.


근데 돈이 필요하다. 의식주 해결이야 아직 향후 몇년 더 버틸 수 있다 해도, 어쨌든 자본금 까먹기니까.

그렇잖아도 얼마 안되는 실수령 도토리마냥 차곡차곡 모아둔 건 물가상승으로 사실상 반토막인데,

그것마저 까먹자니 답이 없는 것 같고, 일단 백수 생활에 내 몸과 맘이 절여지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초반엔 전문직 공부를 해볼까 했는데, 내 머리는 예전 같지 않고 낯선 지식을 거부해대고,

강제력이 없는 나는 이다지도 게으르고 의지박약하더라.

괜히 어른들이 공부에 때가 있다고 한 게 아닌 것 같다. 어쨌든 나는 방법보단 핑계를 찾는 인간이었나보다.


투룸 전세자금, 자차 한 대, 소박한 공제회 납입 반환금과 세금을 700만원이나 제한 소박한 연금일시금으로는 끽해야 3년이나 더 버틸까.

더 중요한 건 나는 나날이 늙고 있다는 거.

뭐라도 하지 않으면 무엇도 되지 않을 거다. 내게는 경각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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