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편지로 하는 학급 경영

Episode 7 "너 좋아하는 사람 있어?"

by 꾹쌤

“너 좋아하는 사람 있어?”

“우리 반에 있어?”

“지금 진실게임 하는 사람 중에 있어?”


포위망을 좁히는 쫄깃한 질문들

그 이름하여 진실게임.


허나 꼬리를 무는 걱정에

새로운 유행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친구의 비밀을 지켜주지 않고 소문내면 어떻게 하지?’

‘상처를 받으면 어떻게 하지?’

‘장난 고백에 상처를 주고받으면 어떻게 하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은 불 보듯 뻔하지만

이성에 관심이 생기는 자연스러운 성장점에 있는 학생들에게

다짜고짜 하지 말라는 것은 꿈틀대는 반항심을 자극할 뿐이다.

(결국 숨어서 몰래 하겠지... 더 은밀하게...)


사실 솔직히 말하면 질문과 대답 사이에 미묘하게 흐르는 긴장감과 떨림을

슬쩍 염탐하며 덩달아 신이 난 적도 있다.


그러다 문득 떠나게 된 기억 속 추억 여행.

어린 시절 진실게임 때문에 슬펐던 기억이 떠오른다.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질문할 차례가 되어 쿵쾅대는 심장을 달래며

짐짓 차분하게 질문했던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응”

“우리 반에 있어?”

“아니 다른 반.”


0고백 1차임

그날 이후로 그 친구가 미워졌다.

괜히 괴롭히고 때리고 시비 걸고 골탕 먹이고.

결국 그 친구는 참다 참다 이유 모를 괴롭힘에 펑펑 울어버렸고

우는 친구를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던 나.


‘이게 아닌데...’


그 이후로 더 이상 그 친구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어색한 관계가 되었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 시절의 불편했던 감정이 생생하다.


비록 상처와 불편함으로 얼룩졌지만

그 친구의 비밀을 가볍게 생각지 않고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진실게임 자체는 성공한 것 같기도...(?)


아 참, 그 친구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상처로 기억하겠지... 미안하네...


추억 여행에 한껏 멜랑꼴리해진 마음을 담아 칠판에 편지를 적어본다.

21.jpg

이성에게 관심이 생기는 여러분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겠어요.

선생님도 해봤으니까.


그.래.도

친구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친구의 마음을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친구의 비밀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처럼 실수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선생님처럼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고마워요.

옆에서 다 엿들었어요.

이제 우리 반에 선생님이 모르는 비밀은 없어요.

아싸.


오늘도 이렇게 편지쓰기를 통해 하는 학급경영이 힘을 얻어가고 있어요.


다음 이야기 미리 보기

Episode 8 움직이지마! 고개 돌리지 마!


먹물로 얼룩진 노란 원피스.

돌이킬 수 없는 실수와 상처

너희는 그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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