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어린아이도 오토바이를 탄다고?

몽골에 말이 있다면 태국에는 오토바이가 있다.

by 나름


태국의 아침을 여는 소리는 자동차 엔진음보다 날카로운 오토바이의 구동음이다. 교복을 입은 중학생부터 장바구니를 든 노인, 갓난아이를 품에 안은 채 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 어머니까지. 이곳에서 오토바이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신체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길 위를 흐른다.


특히나 인상적인 것은 아이들의 모습이다. 헬멧도 쓰지 않은 채 부모의 등 뒤에 매달려 시속 60km의 속도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아이들의 표정은 공포보다 평온함에 가깝다.


한국인의 시선에서 오토바이는 늘 '위험'과 동의어다. 자녀에게 오토바이를 허락하는 부모는 드물며, 사고의 공포는 늘 안전 장구의 미비함과 연결된다.


하지만 태국에서는 만 15세만 되면 합법적으로 면허를 따고 교복을 입은 채 당당히 등굣길 도로를 점령한다. 실제로는 이보다 어려보이는 아이들도 상당수 있었다. 왜 이들은 보호 장비 하나 없이 오토바이에 몸을 싣는 위험천만한 일상을 대물림하는 것일까?


단순히 경제적 이유라고 치부하기엔, 주차장에 고급 세단을 둔 이들조차 집 앞 편의점에 갈 때는 망설임 없이 오토바이 키를 집어 든다.


이 현상의 이면에는 태국의 가혹한 기후와 폐쇄적인 도로 구조가 얽혀 있다. 대중교통은 본질적으로 사람을 목적지 ‘앞’이 아닌 ‘근처’까지만 데려다준다. 마지막 구간은 결국 걸어야 한다. 다른 곳이라면 대수롭지 않을 이 짧은 거리도, 이곳의 태양 아래에서는 순식간에 고행으로 변한다.


게다가 방콕 도심을 제외하면 대중교통 인프라 자체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로 인해 개인은 자연스럽게 각자도생의 수단으로 오토바이에 의존하게 된다. 좁고 복잡하며 막다른 길이 많은 도로 구조 역시 이를 부추긴다. 골목 ‘소이(soi)’를 통과해 집 앞까지 곧장 도달할 수 있는 기동력은 다른 선택지를 무력화한다.


이러한 환경적, 시스템적 요인은 오토바이를 중심으로 한 독특한 사회 경관을 고착화시켰다. 국가적 차원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교통망을 확충하기보다 저렴한 이륜차에 이동의 책임을 맡긴 결과, 오토바이는 태국 사회의 혈관을 흐르는 가장 핵심적인 운송 단위가 되었다.


학교 앞은 하교 시간에 맞춰 아이를 태우러 온 오토바이 부대로 장관을 이루고, 모든 상업 시설은 자동차보다 오토바이 주차 구역을 우선시한다. 오토바이는 이제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세대와 계층을 막론하고 공유되는 태국만의 보편적 생활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는 안전을 '철저한 통제와 격리'에서 찾지만, 태국인들은 '환경에 대한 순응과 기술의 습득'에서 찾는다. 위험해 보인다는 외부자의 우려와 달리, 그들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도로의 흐름을 몸으로 익히며 그들만의 유연한 질서를 만들어왔다.


길 위의 오토바이는 태국인이 이 땅의 불편함을 돌파하는 가장 솔직하고도 강인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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