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4
안동의 곳곳을 걷다 보면 서울과는 다르다는 걸 느낀다. 무엇이 달랐더라? 다름을 느꼈던 순간들을 복기하는데 바로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넓다’
안동은 건물과 건물 사이가 넓다. 그리고 높이 솟은 건물이 별로 없다. 주변이 가로막힌 게 없다 보니 집 안에서도 햇빛과 바람을 피부에 충분히 바를 수 있다.
또 뭐가 있을까, “시골 사람들은 땅을 놀리지 않아요.”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렇다. 안동에서는 길을 가다가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밭이다. 밭을 가꾸는 모습을 보는 것이 안동 시내에서도 흔한 일이다. 그 흔한 풍경을 나는 신기한 듯 한참 동안 바라본다. 또 흥미로운 점은 밭에 심어진 작물이나 꽃의 종류로 변화하는 절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작물을 심기 위해 땅을 가는 시기이다. 그래서 곳곳에서 거름 냄새가 풍겨온다. 서울과 안동의 다른 점을 한마디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피부로 다가오는 느낌은 있다. 서울은 뾰족하고 평면적이라면 안동은 서울보다 좀 더 둥글둥글하고 입체적이다.
안동을 처음 찾은 해는 2023년도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사람들로부터 참 많은 음식을 얻어먹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음식이 있다.
2024년, 걷기 참 좋은 5월의 어느 날이었다. 안동에 사는 지인들과 어느 시골 마을 길을 걷고 있었다. 우린 길을 물어보러 근처 마을회관에 들렀다. 회관에는 많은 분들이 모여있었다. 마침 점심 식사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듯했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고 길을 물어보는데 한 어르신이 말한다. “들어와서 국수 한 그릇 먹고 가요.” 우린 못 이기는 척 들어가 모여계신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부엌을 기웃거린다. 그냥 지나치기엔 멸치육수 냄새가 코와 정신을 자극한다. “뭐 도와드릴 거 없나요?”라고 물으면 “할 거 없어. 다 했어. 가서 앉아 계셔.”라고 말리신다. 얻어먹는 게 죄송하고 감사해서 묵직한 수저통을 들고 상에 수저를 가지런히 놓는 그런 행동을 절로 하게 된다. “자, 이제 들고 날라요.” 동그란 스탠 그릇에 담긴 잔치국수를 쟁반에 담아 상에 놓는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구수하고 시원한 잔치국수 국물을 한 사발 들이켜고 나면 어제 묵은 피로까지 싹 날아간다. 그러고 보니 얻어먹은 음식들은 전부 동글동글한 모양이다.
마을을 산책하다가 이장님께 받은 빨간 앵두,
동그란 접시에 담긴 고사리나물, 시금치나물, 갓 담근 김치,
여름철 갓 잡아 끓인 골부리 국,
빨간 고춧가루에 무와 생강을 넣어 알싸한 안동식혜, 하, 처음 맛보는 안동식혜의 맛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앉은자리에서 세 그릇이나 떠먹었다.
캬, 안동의 맛은 참으로 달짝찌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