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서의 한달살이

에피소드 3

by 루화


삼베 짜는 할머니를 찾아뵌 날 이후, 나는 안동에 더 머물고 싶어졌다.

딱히 이곳에서 누군 만난다거나 무언가를 하기보단 그저 안동이라는 지역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다면 한 달만 살아보자 하고 여러 동네를 알아보다가 안동대학교가 있는 송천동에 작은 원룸을 얻었다. 금소마을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비교적 가까운 위치로 집을 얻은 이유는 마을을 자주 찾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주로 안동대 학생들이 머물렀을 법한 원룸 안에는 책상과 붙박이장이 옵션으로 놓여있었고, 화장실은 좁고 매우 낡은 모양새였다. 쿰쿰한 냄새는 창을 열어 환기하고 초를 켜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작은 방안에 텐트를 치고 지냈다. 보통의 한달살이, 그러니까 힐링과 휴식을 위한 한달살이와는 거리가 있었다.


나에게 유일한 힐링은 밥이었다.

안동대학교는 학식이 맛있기로 소문이 났다. 특히 교직원 식당의 반찬 구성이 훌륭했다. 밥과 반찬과 국을 식판에 담아 먹는 것도 옛 추억을 떠올리게 했고, 후식으로 나오는 요구르트를 한입에 들이키고 나면 그게 바로 행복이었다.


학식을 먹고는 커피 한 잔을 뽑아 도서관으로 향했다. 안동대에는 민속학과가 있어서인지 한국의 전통에 관한 책과 자료들이 많았다. 나는 한달살이 중 꽤 많은 시간을 도서관에 머물며 삼베에 관련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중 눈에 띄는 한 책이 있었다. [안동 삼베 연구] 이 책에서 ‘민요와 설화에서 포착된 삼베길쌈’ 파트를 필사하며 읽어 나갔다.


⌜삼베가 우리 삶과 무관하게 존재할 때는 한갓 천 조각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적인 삶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며 삶의 양식과 사고방식을 여러모로 결정할 때는 삼베 문화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안동에서의 한 달은 무척 빠르게 흘러갔다.

볕이 화창한 어느 날, 나는 금소마을을 산책했다. 마을의 뒤편에 있는 약산으로 가는 길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따라 오르는데 곳곳의 자리한 분묘가 보였다. 묘 옆에는 자주색 털이 보송한 할미꽃이 피어났는데 그 풍경이 참 따뜻하고 평화로웠다. 나의 걸음 앞으로 한 쌍의 노랑나비가 팔랑이며 날아왔다. 마치 나와 함께 걸어주듯이,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우리랑 놀자는 듯 경쾌하게 날아다녔다. 나는 나비들을 향해 ‘반겨줘서 고마워.’라고 속삭였다.

이때 느꼈던 따스함은 여전히 내 마음 안에 노란빛으로 남아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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