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
처음 맡았던 안동의 냄새를 기억한다. 씨앗을 심기 위해 땅을 갈기 시작하는 2월. 바람 타고 온 거름 냄새가 사방으로 진동했다. 나는 기차에서 내려 처음 안동 땅을 밟으며 그 냄새를 힘껏 맡았다.
안동을 처음 찾은 계기는 삼베 짜는 할머니를 만나고 싶다는 의지에서 출발했다. 어디로 가야 삼베 짜는 할머니를 만날 수 있을까? 인터넷으로 검색했을 때 정보가 나오는 지역은 강원도 정선, 경북 안동, 전남 보성, 경남 거창, 남해 이렇게 다섯 곳이었다.
지역마다 특색이 조금씩 달랐는데, 그중 경북 안동이 매년 삼베 교육을 진행하며 가장 활발하게 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또한 삼베의 종류가 비교적 다양했다. 안동에서만 전해지고 있는 생냉이, 익냉이라고 불리는 삼베 직물이 어떤 직물인지도 궁금했다.
번뜩, 안동에 사는 친구가 떠올랐다. 안동이 고향인 친구는 2019년도에 삼베를 배웠는데 당시 나에게 배움에 대한 여러 고충을 털어놓으며 삼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참 좋은 스승님이 있다며 그 스승님에 관해 얘기했던 것이 생각이 났다.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친구의 스승님을 만나 뵙기로 하고 삼베의 고장 안동 금소마을로 향했다.
친구의 삼베 스승님은 평범한 우리네 할머니 같은 모습이었다. 꽃무늬 몸빼바지에 파마머리를 한 친구의 삼베 스승님(이하 할머니)은 우리가 방문했을 때 방 안에서 삼을 삼고 계셨다.
‘삼삼기’는 삼베의 공정 과정 중 하나인데, 삼 가닥들을 한 줄의 실로 잇는 작업을 말한다. 삼베길쌈 과정 중 가장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본 삼삼기를 실제로 보게 되다니 나는 연신 감탄을 했다.
“이로 갈라 매를 내서 요래, 요래 비벼, 요래 비비면 또르르 삼아지지.”
곱게 짼 삼가닥을 입에 물고 침을 바르고, 자기 몸을 이용해 길게 길게 꼬며 실을 잇는 고요한 움직임은 나도 모르게 계속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마법을 지녔다.
작고 두툼한 손, 온기를 품고 있는 편안한 손.
삼을 삼는 할머니의 손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는 마치 모든 생명을 품어주는 넓은 대지 같았다.
할머니는 첫 만남에서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침략과 전쟁을 겪으며 서럽고 배고팠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시어머니, 시아버지, 남편과 자식들을 먹여 살리고, 심지어 남편의 형제자매들까지 돌보느라 자신은 돌볼 새 없이 지나갔던 세월의 이야기. 너무나 고달프고 무심했던 지난 세월 속에서 밤낮으로 삼베를 짜고 팔아 지붕을 고치고, 창고를 지으며 가정을 일궈 내셨다.
할머니가 쓰는 안동말의 단어와 표현에 익숙지 않아 서울사람인 내가 못 알아듣는 단어들이 많았지만, 친구의 친절한 통역 덕분에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었다. 지난 세월을 읊조리듯 말하는 할머니의 표정과 낮은 한숨에서 그 지난한 세월의 깊이가 진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