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이면 초등학교 때부터 뭔가 기분이 좋았다
아니, 시원했달까
천둥번개가 치면 얼른 창문으로 달려가 다시 번개가 치는 걸 보고 싶어 했다
짙은 구름이 햇빛을 가리고
낮에도 어두움이 땅을 그늘지게 해도
곧 어딘가에서 흘러 오는
비 젖은 땅냄새가 너무 좋았다
하교 길에 장화 신고 첨벙 대며
물장구치는 거, 포장 안된 도로 옆 물길을 발로 만들어 나만의 강을 만드는 거, 이런 나만의 놀이들이 너무 좋았다
조금씩 커가며 비 오는 날에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아지며 나의 세계도 줄어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은 바지 밑단 젖을 걱정
차 사고 날 걱정
하다 못해 차들이 지나가며 물 튀길 걱정까지
온갖 걱정들이 먼저 앞선다
어렸을 땐 설렘마저 느껴졌던 것들이....
그렇게 나는
점점 비 오는 날이 반갑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그런 내 감정을 깨어낸 날이 있었다.
비가 꽤 내리던 날이었다.
번개가 치며 천둥소리가 가까웠을 때
갑자기 그때 감정이 솟아올랐다
그때의 나처럼 난 창문으로 뛰어가 밖을 보며 다시 한번 번개가 치기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갑자기 왜 이럴까...
이 소소한 기다림을 세월을 맞으며 스스로 억제해온 것은 단순한 철듦이었을까 아님 다른 이들과 튀지 않으려 내면에서 억제시킨 것일까
어쩌면, 그냥 좋아했던 걸
괜히 참아온 건지도 모르겠다.
아마 나는 앞으로도 창문밖을 보겠지
다만, 밑단 젖을 걱정은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