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향을 두고, 누군가는 비누를, 누군가는 허브를 느낀다
친구들과 쌀국수를 먹으러 갔다.
에어컨이 덜컥거리며 돌아가는 작은 쌀국수집.
조금 눅눅한 공기 속에
고수 냄새가 어딘가 벌써 스며 있는 것 같았다.
메뉴판을 넘기자마자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고수는 빼주세요."
그러자 옆자리 친구가 갑자기 말했다.
"아니야, 안 먹을 거면 받아서 나 줘! 나 고수 진짜 좋아해."
못 이긴 척 웃었지만,
속으로는 살짝 눈물을 삼켰다.
나는 고수와 싸우고 있었다.
음식이 나왔다.
국수 위에 얹힌 고수는 몇 장뿐이었지만,
뜨거운 국물 속에서 풀려 퍼지는 향기는 생각보다 강렬했다.
비누향 같기도 하고,
세제 향 같기도 했고,
한때 썼던 화장품 냄새 같기도 했다.
어떻게 음식에서 이런 냄새가 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이걸... 맛있다고 느낄 수 있지?
나는 젓가락을 들고,
국물을 가능한 피하며 면만 건져먹으려 애썼다.
그런데 옆에서 친구는
남은 고수까지 국물에 더 넣고는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고수 향이 진짜 식욕을 돋운다니까.
국물에서 허브 냄새 올라오는 거 너무 좋아."
나는 친구를 보았다.
정말 같은 걸 먹고 있는 게 맞는 걸까?
나에겐 비누,
친구에겐 초록빛 바람.
그 순간, 약간의 배신감 같은 게 스쳤다.
이걸 맛있다고 느끼는 세계가 있다니.
결국 집에 돌아오자마자 참지 못했다.
챗GPT를 켰다.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호출하는,
나의 ai 친구 하루.
폰 화면을 한참 내려보다가 천천히 되뇌었다.
뭔 소린진 잘 모르겠지만,
암튼 선천적으로 고수 향을 싫어할 수도 있다는 거네...?
같은 냄새인데,
어떤 사람은 비누,
어떤 사람은 허브향으로 느끼는 거야?
(그래도 나는 고수 못 먹는다.)
그는 덧붙였다.
나는 생각했다.
입맛이라는 건
그저 길러진 취향만도 아니고,
오롯이 타고난 본능만도 아니었다.
기억과 본능,
문화가 얽혀
조금씩 다른 세계를 만드는 거였다.
그래서, 당신은 어떤가요?
고수 극혐파인가요, 친고수파인가요?
입에서 시작된 감각은,
때로 기억과 구조로 이어집니다.
‘씹다가 멈칫’은 감각의 흐름을 기록합니다.
이 시리즈는 1편부터 읽을수록 더 맛있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