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40

기도집

by 기도집주인딸

25.4.7

아름다운 문장들이 종이 위를 뛰노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좋은 시이자 좋은 글이었다.

그 시작은 ‘도형’이었다.
서로 다른 모양과 성격을 지닌 도형들을
나는 많이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글을 쓰는 일이
내게는 쉽고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었다.
욕심이 생겼고,
그 욕심은 못생긴 도형들을 외면하게 만들었다.

몇몇 도형만 추려
‘아름다움’이라는 기준에 맞게 다듬고,
뜨겁게 녹여 매끈한 모습으로 만든 뒤
종이 위에 올렸다.

그 문장들이 마음에 들었다.
보기에 좋았고,
‘완벽하다’고 부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도형을 문장으로 바꾸고
그것을 아름답다 여기는 일을
오랫동안 계속해왔다.

그러는 사이,
버림받은 도형들은 하나둘 내 곁을 떠났고
결국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그토록 아름답다 여긴 글들이
사실은 내 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걸.

내게 남아 있는 건
아름다울 구석 하나 없는
그저 투박한 도형 하나.

그 도형이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먹었다.
이제 그 못난 도형을 쌓아가기로.

물론 제련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도형은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사랑스럽고,
제련을 통해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어쩌면 이 글도
어설프고 부족할 수 있다.
‘완벽’과는 거리가 멀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부족한 도형들로 지어진 집이기에
그 집엔 문이 열려 있을지 모른다.

나는 오늘도
그 도형들로
내 집을 지어간다.

이전 14화기도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