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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우리 사랑 고요해질 때」 임하연

by 임하연 시인


우리 사랑 고요해질 때


임하연


이토록 고요할 순 없으리라


갈대숲에 내려앉는 함박눈처럼

탈색의 풍경 겨울 속 헤치고

가늠하기 어려운 심연과

긴 강을 건너올 수 없었다면


만약 내가

우렛소리로 흐르는 깊은 계곡

폭포의 기백으로 푸르른 그대에게

솟구치는 잉어처럼 몸부림쳤다면


퍼붓는 빗속에서

허수아비처럼 살이 뚫리며

서서 버틸 수 없었다면


노도에 휩쓸리던 우리 사랑

잘린 도마뱀의 꼬리처럼 식어

이토록 고요할 순 없으리라


시집 『새벽을 나는 새』 임하연 - 기획출간


- 뒷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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