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라는 낯선 세계가 서툰 그들
왜 이렇게 연락이 뜸해졌지?
이제 나에게 마음이 식은 걸까?
연인이라면 자주 연락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연애를 시작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점점 줄어드는 연인의 연락에 여성들은 불안해한다.
그러나 연락을 귀찮아하는 남자들의 이런 심리가 꼭 상대에게 마음이 식어서라기보다 대부분은 어떤 무의식적 심리가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일부 남성들은 연락을 사랑의 표현이라기보다 '반응해야 하는 일'로 인식한다.
또한 연락은 감정 표현보다는 상황 보고, 정보 교환, 일정 조율에 중점을 둔다.
그래서 남성은 사랑하는 관계라 하더라도 만남이 아닌 단순 연락은 감정적 연결보다 실용적 이유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다.
여성에게 있어 연락은, 항상 어떤 목적 때문이 아니라 만남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표현하고 확인받기 위한 또 다른 정서적 행위이기도 하다.
그러나 남성의 입장에서는 '별다른 용건도 없는데 굳이 연락을 자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점차 연락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게 된다.
다시 말해, 연락자체가 귀찮은 게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감정 언어를 매일 반복적으로 ‘요구’ 받는 구조가 피로한 것이다.
특히 회피형 애착을 가진 남성에게 연락을 귀찮아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이들은 감정적 친밀감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려 하며,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에서 자신이 통제당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연인의 연락이 잦아질수록 감정적 요구가 늘어난다 느끼며 그 요구에 응답하지 못하는 것에 압박을 느낀다.
그래서 그들은 연락은 귀찮아하면서 '만났을 때 잘하면 된다'라고 생각한다.
직접적인 만남 속에서는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할 수 있지만, 문자나 전화처럼 감정에 초점이 맞춰지는 소통 방식은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감정표현이 익숙하지않은 남성은 갈등이 생기거나 감정이 복잡해질수록 침묵을 택한다.
그건 갈등을 회피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내면에서 감정을 정리하는 과정일 수 있다.
연락을 멈추거나 줄이는 것 또한, 상대를 밀어내려는 게 아니라 자기감정의 안전거리를 확보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남성들은 ‘내면의 감정성’을 의식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걸리는 유형이다.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남성 안의 아니마(무의식 속 여성성)가 억압될 경우, 그는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거나 표현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는 곧 내면을 드러내는 일이며, 이는 남성에게 두려움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사랑하는 관계 안에서도 감정을 나누는 수단인 ‘연락’조차 피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남성은 감정을 표현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단지 그것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언어와 통로를 아직 배우지 못한 채, 그 이전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남성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연락에 대한 지적이나 요구가 아니라 감정이라는 낯선 세계와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해해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여성의 입장에서 매우 답답하겠지만 닦달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 과정을 통해 남성은 비로소 자신의 감정과 친해지고, 그때서야 당신과 깊이있는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