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왜 ‘지켜주고 싶은 사람’에게 끌릴까
남자는 꼭 강해야만 해.
울면 안 돼.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야 돼.
남녀 역할이 희미해짐에 따라 남자가 관계 안에서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는 교육은 가정 안에서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오래 지속되어 온 사회 전체의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남성들은 이러한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그래서 남성은 무의식적으로
연인을 지켜주거나 연인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었을 때
비로소 '자신의 존재가 가치 있다'는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그 자부심과 보호 본능 이면에는,
남성이 인식하지 못한 결핍과 상처가 반응하고 있다.
연인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사실 내 안의 결핍이 반응한 것일 수 있다.
어린 시절 가족을 지키고 싶었지만 힘이 없었거나.
무력한 경험이 있거나.
어린 시절 무력했던 나를 인정하지 못할 때.
상대를 향한 보호 욕망은 사실은 내가 회복하고 싶은 감정의 반영일 수 있다.
융은 남성이 자신의 아니마와의 통합 과정에서
남성 내부의 '의식적 남성성'과 '무의식적 감정성(아니마)' 사이의 긴장을 이야기한다.
*아니마 : 남성의 영혼, 남성 안의 여성성
남성이 누군가를 보호하고자 할 때,
그 대상은 종종 자신이 억눌러 온 약함, 감정, 수용성의 상징이 된다.
즉, 보호하고 싶은 감정은
상대를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자신 안의 감정과 동일시되기 위한 시도인 것이다.
남성이 보호하고 싶은 여성상은 단순히 연약한 여성이 아니다.
그녀는 무언가 복잡한 감정을 자극하는 사람이다.
- 타락하지 않은 순수한, 천진난만한 여성.
- 어머니의 느낌(나를 감싸주는 존재, 공급자)과 다른 느낌을 풍기는 여성(내가 의미를 줄 수 있는 존재, 내가 보호해줘야만 하는 존재)
이런 욕망은 강렬하고 순수하지만,
때로는 그 감정 속에서 자신의 무의식을 외부에 투사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상대를 지켜주고 싶은 욕망은, 순수한 따듯함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단순히 남성 본연의 따뜻함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지만 무력했던 과거를 복구하려는 심리적 시도일 수도 있다.
그러한 보호는 표면적으로는 사랑의 표현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애착불안, 통제 욕구, 관계에 대한 불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무의식적 심리 패턴이 자리하고 있다.
남성이 누군가를 보호하고 싶어질 때,
그 감정은 단순한 배려를 넘어 정체성, 감정의 결핍, 존재의 의미까지 연결된 깊은 내면의 반응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누군가를 향한 보호 본능이 진정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해결되지 않은 내면의 상처에서 비롯된 무의식의 반복인지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내가 정말 지키고자 했던 것은,
지금의 연인인가.
아니면 과거의 나 혹은 인정받고 싶었던 내 안의 어린아이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