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늘
시장 골목의 낮은 곳부터 모여들지
낡은 천막이 파닥이며
저녁을 불러 모을 때면
차마 다 팔지 못한 시간들이
짓무른 과육처럼 좌판 뒤로 치워지곤 해
해는 늘
시장 골목의 가장 깊은 상처부터 어루만지지
덮었던 천막을 밀어 올리면
깨어난 목숨들이
저마다의 모양으로 서 있지
우렁찬 목소리는
하루의 담장을 다시 세우곤 해
모질게 욕이 오고 가는 세상일지라도
기울어진 저울 위로
갓 뽑아낸 가래떡 하나 더 툭 얹히면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고
뜨끈한 돼지국밥 한 그릇
바닥까지 긁고 나면
입안에 맴도는 진한 육수처럼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내일이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