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실패 대신, 낯선 질서를 선택한 삶의 기록
추천 BGM : Balmorhea – Remembrance
도착 직후 맞이한 토론토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처음 걷는 거리, 처음 보는 간판들, 낯선 대중교통 안내음 등
하지만 모든 것이 나에겐 새로운 자극이었고 즐거움이었다.
하우스 셰어의 작은방엔 침대 하나와 책상 하나.
단출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좁은 기숙사와 그 마저도 두 개의 2층침대로 채워진 곳에 비하면 호사였다.
첫날은 한국 계좌에 있는 돈을 송금해서 쓰기 위해 BMO에서 새로운 계좌를 텄고 간단한 생필품과 필요한 도구들을 샀다. (혹시나 캐나다 가실 분이 계시다면 캐스모 다음 카페의 중고장터를 추천드린다.)
바쁘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잠들기 전 여기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To-do list를 정리했다.
목표는 ‘Business English – Advanced Certification 획득’으로 설정하였고,
To-do list는
‘주 5일 이상 운동하기’,
‘수업 30분 전 강의실 도착하기’,
‘숙제가 있다면 최소 그날 끝내거나 실행계획 짜기’,
‘일요일엔 교회 가기’.
남들이 보기엔 별거 아닐지 몰라도, 내겐 전부였다.
하루의 루틴을 스스로 만들어 지켜내는 일은 그 어떤 성과보다 내 안의 질서를 되찾는 일이었다.
처음엔 종종 무너졌다.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잡은 덤벨과 바벨은 점점 무겁게 느껴졌고,
30분 전 강의실에 도착하겠다는 의지는 유튜브에게 발목을 잡힐 때도 있었다.
특히, 한 학기에 한 캠퍼스에서 모든 과목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6개월 밖에 없던 나는 일주일 중 두 번을 편도 2시간 반 거리의 미시소거 캠퍼스까지 가야 했고, 그런 날은 숙제고 뭐고 침대가 주는 위로에 온몸을 내팽개치고 싶었다.
정말 힘든 날은 ‘내가 왜 여길 왔을까’ 하는 후회도 밀려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럴 때마다 더 잘 자고, 더 잘 먹고, 더 중량을 다뤘다.
어쩌면, 여기서 무너지면 돌이킬 수 없다는 실패에 대한 공포가,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배웅해 주신 부모님의 기도가,
정서적 연대로 응원해 준 그녀의 바람이, 나태함과 낙관으로만 일관하던 과거의 내 실루엣이 나에게 손을 내밀 때마다 눈 질끈 감고 뿌리칠 용기를 주었다.
결국, 과거의 나는 점점 나타나는 빈도를 줄였고 대신 내가 계획한 내일의 나를 보는 시간이 늘었다.
분명 오늘의 나는 지쳤고 고단하며 외로움 속에 잠들었지만, 아침 햇살과 함께 눈을 뜬 나는 어제의 나에게 뿌듯함과 대견함을 느꼈고 위로마저 받았다.
결국 시간은 흘러 4과목의 Final을 모두 통과하고 합격증을 받았고 3주간의 여유시간을 최대한 누리며 귀국을 준비했다.
지난 6개월간 차곡차곡 하루를 쌓아온 난 처음 올 때 챙겼던 백팩과 캐리어만 똑같을 뿐 다른 내가 되어있었다.
안녕하세요 브런치 독자님들.
익숙하지 않은 루틴에 지칠 때마다, 소중했던 것을 떠올리며 버틸 수 있었어요.
‘작은 성실함’이 쌓여 자신을 바꾸었던 기억, 여러분도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