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핀 사랑이
벌써 3번째다. 내 혈관을 못 찾아서 알코올솜과 테이프를 붙인 게. 4번째에는 조금 더 나이가 지긋하신 간호사 선생님이 오셨다. 질끈 눈을 감고 있었고 다행히 성공했다. 안도감과 함께 서러움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간호사 선생님은 연신 나를 토닥이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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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화를 한 번도 안 내세요.
왜 울음소리도 없이 울어요.
제 마음이 다 찢어져요.”
오늘은 가슴의 혹을 떼는 수술을 받으러 병원에 왔다.
남편은 출근했고, 아이는 등교했다.
남편이라도 같이 와달라고 부탁할 걸 그랬나.
하지만 아이 일정 때문에 바쁠 남편을 떠올리니 내 바람이 사치처럼 느껴졌다.
대기실에는 나 같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제 수술받은 사람, 오늘 수술받을 사람, 모두 혼자가 아니었다.
모두 엄마와 함께였다.
조직검사를 권유받고 결과를 기다릴 때, 엄마는 교회 권사님 이야기를 했다.
“그분도 똑같았는데 아무 일 없었어.”
나는 권사님이 아니라 딸이다. 딸..
수술실에 들어가며 속으로만 말했다.
‘무섭다고, 옆에 있어달라고, 누가 좀 손을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그 서러움이 터졌나 보다.
의사 선생님도 내 4번째 주사 성공 소식과 눈물 이야기를 전해 들으셨는지
매우 다정하게 수술을 해주셨다.
수술이 끝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그리고, 아팠다.
혼자 먹고 싶었던 곱창을 시켜 먹었다.
죽은 절대 먹기 싫었다.
남편과 아이가 꽃을 사 왔다. 활짝 웃음이 났다.
다음날 퇴원 수속 전에 치료를 받으러 갔다.
붕대를 풀자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이 작은 목소리로 쑥덕거렸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의사 선생님이 당황한 어조로 말했다.
“환자분,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
어제 떼낸 다섯 군데 중, 제일 큰 혹이 있던 왼쪽 유두 윗부분에… 새싹이 자랐어요.
저도 처음 보는 일이라 내일 다시 보기로 해요.
소독은 깨끗하게 했고, 항생제 잘 챙겨 드세요.”
잠깐 본 새싹이 귀여웠다.
새싹이 망가질까 봐 조심히 걸었다.
집에 와서 보니, 조금 더 자란 것 같았다.
오후에 남편과 아이가 돌아왔다.
놀라지 말라며 미리 설명하고 멍든 가슴을 보여줬다.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엄마, 새싹이 너무 예뻐요. 이름 붙여주고 싶어요. 사랑이라고요.”
사랑이가 다치지 않게, 나는 조심히 잠들었다.
새벽에 달큼하고 화사한 향기에 눈이 떴다.
새싹이 자라 꽃을 피웠다. 붉고 환했다.
옆에서 자는 남편과 아이를 깨우려다 말았다.
내 가슴에 사랑이라는 꽃이 피었다.
꽃향기로 가득한 방 안에서, 사랑도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