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프리메이슨의 기원과 역사
제2장: 프리메이슨의 조직 구조
2.1 로지(Lodge)와 그랜드 로지
우리는 앞서 프리메이슨이라는 강물이 어떤 역사적 협곡을 따라 흘러왔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그 강물의 현재 모습, 즉 그 내적인 구조와 형태는 과연 어떠한지를 면밀히 들여다볼 차례입니다. 프리메이슨은 하나의 거대한 피라미드처럼 중앙집권적인 조직일까요, 아니면 각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점조직의 연합체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프리메이슨 세계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자, 모든 것의 시작점인 '로지 (Lodge)'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만 합니다.
로지는 프리메이슨의 심장이자, 그 사상과 형제애가 살아 숨 쉬는 최소 단위의 공동체입니다. 모든 프리메이슨의 이야기는 바로 이 로지에서 시작되며, 모든 입문 의식이 거행되고 모든 철학적 가르침이 나누어지는 곳 역시 로지입니다. 그것은 단지 회원들이 모이는 물리적인 방이나 건물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로지의 문이 열리고 의식이 시작되는 순간, 그 공간은 세속의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분리된 하나의 신성한 장소, 즉 우주의 축소판이자 상징적인 솔로몬의 성전으로 변모합니다. 이곳에서 회원들은 스스로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어가는 영적 건축 작업을 수행하게 됩니다. 각 로지는 자신들의 재정을 관리하고, 새로운 회원을 받아들일지를 결정하며, '마스터 (Worshipful Master)'라 불리는 선출된 리더의 지도 아래 자율적으로 운영됩니다.
그렇다면 '그랜드 로지 (Grand Lodge)'는 무엇이며, 로지와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일까요? 이 관계를 이해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아마도 우리에게 익숙한 교구(敎區)와 개별 성당 혹은 교회의 관계를 떠올리는 것일 겁니다. 개별 로지가 신자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고 공동체를 이루는 각각의 성당이라면, 그랜드 로지는 특정 국가나 주(州)와 같은 일정한 지리적 영역 내의 모든 성당을 관할하고 이끄는 상위의 교구청과 같습니다. 즉, 그랜드 로지는 특정 영토 내에서 최고의 주권(Sovereignty)을 가지는 프리메이슨의 최고 의결 기구이자 행정 기관입니다.
그랜드 로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바로 '설립 허가 (Chartering)'입니다. 새로운 로지는 회원 몇몇이 모여 임의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그 지역을 관할하는 그랜드 로지에 정식으로 청원하여 심사를 통과하고, 합법적인 로지임을 증명하는 설립 허가증을 받아야만 합니다. 이는 프리메이슨의 정통성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또한, 그랜드 로지는 그 영토 내의 모든 로지들이 따라야 할 공통의 법규와 규칙, 즉 '규약 (Constitutions)'을 제정하고 집행합니다. 이는 각 로지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프리메이슨 전체의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와 같습니다.
더 나아가, 그랜드 로지는 프리메이슨의 국제적인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상호 인정 (Mutual Recognition)'의 주체가 됩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그랜드 로지'는 '영국 연합 그랜드 로지'를 정통 프리메이슨 조직으로 공식 인정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상호 인정을 맺은 그랜드 로지 산하의 회원들은, 전 세계 어디를 여행하든 서로의 로지를 방문하고 형제로서 교류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됩니다. 바로 이 상호 인정이라는 외교적 약속을 통해,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프리메이슨은 하나의 거대한 형제애의 강물이 되어 단절 없이 흐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일방적인 상명하복의 관계가 아닙니다. 그랜드 로지의 그랜드 마스터를 비롯한 주요 임원들은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선출되며, 각 개별 로지들은 자신들의 대표를 그랜드 로지의 연례 총회에 파견하여 새로운 법규의 제정과 개정에 직접 참여합니다. 이는 각자의 독립성을 지닌 주(州)들이 모여 하나의 강력한 연방 국가를 이루는 것과 같은, 자율성과 통일성 사이의 정교하고도 아름다운 균형을 보여줍니다.
로지와 그랜드 로지는 프리메이슨이라는 거대한 건축물을 떠받치는 두 개의 핵심적인 기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로지가 회원 개개인에게 형제애의 따스함과 내적 성찰의 깊이를 제공하는 '심장'이라면, 그랜드 로지는 이 모든 심장들이 질서정연하게 박동할 수 있도록 혈관을 연결하고 전체 유기체를 보호하는 '두뇌'이자 '척추'입니다. 이 이중적인 구조의 조화 속에서, 프리메이슨은 지난 300년 동안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거대한 생명력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2.2 블루 로지 (Blue Lodge)와 고급 등급(Scottish Rite, York Rite)
우리가 프리메이슨이라는 거대한 건축물의 기본 설계도, 즉 로지와 그랜드 로지의 관계를 이해했다면, 이제는 그 건축물의 내부로 들어가 각 층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살펴볼 차례입니다. 프리메이슨의 여정은 하나의 문으로 시작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방과 계단이 존재하며, 각자의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여정의 가장 근본이 되는 토대이자, 모든 프리메이슨이 예외 없이 거쳐야만 하는 관문이 바로 '블루 로지 (Blue Lodge)'입니다.
블루 로지는 모든 프리메이슨리의 심장이자 뿌리입니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어떤 프리메이슨이든 그의 첫걸음은 반드시 이 블루 로지에서 시작됩니다. 이곳에서 후보자는 세 개의 상징적인 등급, 즉 도제 (Entered Apprentice), 직인 (Fellow Craft), 그리고 장인 석공 (Master Mason)의 단계를 차례로 밟아나가게 됩니다. 이 세 등급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이며, 인간이 무지(無知)의 상태에서 태어나, 지식과 이성을 통해 성장하고, 마침내 죽음의 신비를 마주하며 영적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장엄한 인생의 여정을 상징합니다.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것과는 달리, 장인 석공(Master Mason) 등급을 취득하는 순간, 한 개인은 이미 완전하고도 동등한 프리메이슨이 된 것입니다. 더 오를 곳도, 더 높은 권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블루 로지의 세 등급은 그 자체로 완벽하게 자족적인 하나의 철학 체계이자 도덕적 가르침의 전부를 담고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블루 로지는 대학의 '학부 과정'과 같습니다. 이 과정을 마친 사람은 이미 온전한 지성인으로서의 자격을 갖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세간에 널리 알려진 32도, 33도와 같은 '고급 등급 (Higher Degrees)'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이것은 더 높은 권력을 의미하는 계급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학부 과정을 마친 이가 자신의 지적 호기심에 따라 특정 분야를 더욱 깊이 탐구하기 위해 진학하는 '대학원 과정'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즉, 블루 로지에서 배운 핵심적인 진리를 다른 관점에서, 더 다채로운 상징과 이야기를 통해 심화 학습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선택 과정'인 것입니다. 이러한 추가적인 여정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조직이 바로 '요크 라이트 (York Rite)'와 '스코티쉬 라이트 (Scottish Rite)'입니다.
요크 라이트 (York Rite)는 블루 로지에서 다루었던 솔로몬 성전 건축의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지고 완성되는지를 더욱 깊이 파고드는 경로입니다. 이곳의 가르침은 주로 기독교적인 상징과 기사도 정신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며, 여러 개의 독립적인 조직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왕의 아치 메이슨 (Royal Arch Masons)'에서는 성전 파괴 이후 잃어버렸던 신의 '참된 말씀'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리고 '성전 기사단 (Knights Templar)'에서는 기독교인 기사로서 자신의 신앙을 수호할 것을 맹세하는 의식을 거행합니다. 요크 라이트는 성서의 이야기에 익숙하고, 기사도 전통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스코티쉬 라이트 (Scottish Rite)는 4등급부터 32등급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연속적인 등급을 통해, 인류의 철학과 종교, 그리고 역사를 가로지르는 광범위한 지적 탐구를 제공합니다. 각 등급은 하나의 짧은 연극처럼 구성되어 있으며, 고대 이집트의 신비주의에서부터 플라톤의 철학, 중세의 기사도, 그리고 근대의 합리주의에 이르기까지 실로 방대한 주제를 다룹니다. 스코티쉬 라이트의 목표는 회원들에게 특정한 교리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을 두루 경험하게 함으로써, 블루 로지에서 배운 '진리'가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33등급은 이러한 여정에 헌신적으로 기여한 소수의 회원에게만 수여되는 명예로운 '공로 등급'이지, 결코 조직의 최상층부를 의미하는 권력의 자리가 아닙니다.
모든 길은 블루 로지에서 시작됩니다. 장인 석공은 이미 그 자체로 완전한 프리메이슨입니다. 그 이후에 요크 라이트의 기사가 될 것인지, 스코티쉬 라이트의 철학자가 될 것인지, 혹은 블루 로지에만 머무를 것인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고급 등급은 더 높은 곳이 아니라, 더 넓고 다른 곳으로 향하는 길일 뿐입니다. 이 본질적인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프리메이슨의 등급 체계에 대한 무성한 오해를 걷어내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2.3 프리메이슨의 계층과 비밀성
세상 사람들이 프리메이슨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만드는 두 개의 가장 강력한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계층 (Hierarchy)'과 '비밀성 (Secrecy)'일 것입니다. 이 두 단어는 우리의 상상력 속에서 즉시 권력과 음모라는 단어와 결합하여, 보이지 않는 손이 세상을 조종하는 거대한 조직의 이미지를 그려내곤 합니다.
그렇다면 프리메이슨의 계층 구조는 정말로 철저한 상명하복의 피라미드이며, 그들의 비밀은 과연 세상을 향한 거대한 계획을 숨기기 위한 장막이겠습니까? 이제 우리는 이 두 가지 핵심적인 오해의 심장부로 직접 걸어 들어가 보고자 합니다.
먼저 '계층'의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프리메이슨 로지 내부에는 분명히 특정한 직책과 역할의 구분이 존재합니다. 각 로지는 '워십풀 마스터 (Worshipful Master)'라 불리는 의장이 이끌며, 그를 보좌하는 두 명의 '워든 (Warden)', 그리고 의식의 진행을 돕는 '디컨 (Deacon)' 등 여러 임원들이 있습니다. 이 모습만 본다면, 마치 군대나 기업의 지휘 체계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본질은 완전히 다릅니다. 로지의 모든 임원은 회원들의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선출되며, 그 임기는 보통 1년으로 제한됩니다. 그들의 역할은 회원들 위에 군림하여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로지의 원활한 운영과 의식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봉사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권력의 서열이 아니라, 책임의 서열이며, 언제든 다른 형제가 그 역할을 이어받을 수 있는 순환적인 봉사의 직책에 가깝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앞서 살펴본 등급 체계와 이 행정적 직책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스코티쉬 라이트의 32등급 회원이 블루 로지의 신입 장인 석공에게 어떠한 명령도 내릴 수 없으며, 오히려 그 32등급 회원은 자신의 블루 로지에서는 평범한 회원으로서 선출된 마스터의 지도를 따라야만 합니다. 등급의 높음은 결코 조직 내의 권력이나 권위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단지 더 많은 철학적 가르침을 접하고 더 넓은 지적 탐구를 수행했다는 '배움의 깊이'를 상징할 뿐입니다. 프리메이슨의 계층은 지배를 위한 사다리가 아니라, 자기 완성을 향해 올라가는 각자의 계단인 것입니다.
다음으로, 우리는 프리메이슨을 둘러싼 가장 짙은 안개, 바로 '비밀성'의 문제를 마주해야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구분을 먼저 해야만 합니다. 프리메이슨은 그 존재 자체를 숨기는 '비밀 사회 (Secret Society)'가 아니라, 사회에 그 존재를 공개하되 일부 내부의 일들을 비밀로 유지하는 '비밀을 가진 사회 (Society with Secrets)'라는 점입니다. 전 세계 수많은 프리메이슨 회관 건물들은 지도 위에 선명히 표시되어 있으며, 그들은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공개적인 자선 활동을 펼칩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비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그 비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형제들끼리 서로를 알아보는 '인식의 수단'입니다. 특정한 방식의 악수나 암호, 그리고 상징적인 문답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이미 살펴보았듯이, 중세의 석공들이 자신의 기술 등급을 증명하고 자격 없는 이들을 가려내기 위해 사용했던 실용적인 전통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오늘날 이 비밀 신호들은 회원들 사이에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외부로부터 조직의 순수성을 지키는 상징적인 울타리의 역할을 합니다.
두 번째이자 더욱 중요한 비밀은, 바로 '의식의 개인적인 체험' 그 자체입니다. 프리메이슨의 입문 의식은 후보자에게 깊은 철학적, 도덕적 교훈을 일련의 상징적인 드라마를 통해 전달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의식의 내용은 미리 알려져서는 그 충격과 감동이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마치 훌륭한 영화의 결말을 미리 알려주는 것과 같습니다. 프리메이슨이 의식의 내용을 비밀로 하는 이유는, 모든 후보자가 아무런 선입견 없는 상태에서 온전히 자신만의 깨달음과 마주할 수 있도록 그 신성한 체험의 공간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그 비밀은 음모를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영적 변화라는 섬세한 과정을 지키기 위한 배려인 것입니다.
프리메이슨의 계층과 비밀성은 외부 세계를 향한 것이 아니라, 철저히 그들 내부의 질서와 개인의 성장을 위해 고안된 장치입니다. 계층은 지배가 아닌 봉사를 위한 역할 분담이며, 비밀성은 음모를 감추는 장막이 아니라 형제애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개인의 신성한 체험을 보호하는 얇은 베일과 같습니다. 이 본질을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프리메이슨을 둘러싼 수많은 오해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 그들의 진정한 모습을 직시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2.4 여성과 프리메이슨: CoFreemasonry
우리는 지금까지 프리메이슨의 조직 구조와 그 내부의 논리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현대인의 시선으로 이들의 모습을 바라볼 때, 우리는 하나의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로 '여성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스스로를 인류 보편의 형제애를 추구하는 단체라 칭하는 프리메이슨이, 왜 전통적으로 남성들의 전유물이었으며, 오늘날 성 평등을 향한 거대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그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다시 한번 프리메이슨의 기원으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우리가 이미 살펴보았듯이, 사변적 프리메이슨은 중세의 작업적 석공 길드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돌을 다루고 거대한 건축 현장을 떠돌던 석공의 일은 당대의 기준으로는 명백히 남성의 영역이었고, 이러한 전통은 자연스럽게 초기 사변적 프리메이슨으로 이어졌습니다. 1723년에 공표된 앤더슨 규약은 회원의 자격을 '선량하고 진실한 남성 (good men and true)'으로 명시함으로써, 이러한 남성 중심의 정체성을 공식적으로 못 박았습니다. 전통적인 프리메이슨들은 이러한 역사적 연속성을 그들의 가장 중요한 본질 중 하나로 여깁니다. 그들에게 프리메이슨은 본질적으로 '형제회(Brotherhood)'이며, 남성들만의 고유한 유대감과 상징 체계 속에서 도덕적 성장을 도모하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의 강물은 결코 한곳에 고여있지 않는 법입니다. 18세기 프랑스에서는 이미 이러한 남성 전용의 원칙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려는 흥미로운 시도가 있었습니다. 바로 '수용 로지 (Lodges of Adoption)'의 등장이었습니다. 이것은 정규 프리메이슨 로지의 후원 아래, 여성들만을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자매 조직이었습니다. 그들은 남성 로지와는 다른, 성서 속의 이브나 룻과 같은 여성 영웅들을 주제로 한 독자적인 의례를 행하며 프리메이슨의 철학을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비록 완전한 동등함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이는 프리메이슨의 이상을 여성들과도 나누고 싶어 했던 초기 유럽인들의 열망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이 견고한 벽을 허무는 혁명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마리아 드레슴 (Maria Deraismes)이라는 뛰어난 여성운동가이자 작가가 있었습니다. 1882년, 한 진보적인 남성 로지가 관례를 깨고 그녀를 정식 회원으로 받아들이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으로 해당 로지는 주류 프리메이슨 조직으로부터 인정을 취소당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이 작은 반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습니다. 마리아 드레슴은 자신을 지지했던 조르주 마르탱 (Georges Martin)과 힘을 합쳐, 1893년 마침내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자격으로 함께 영적 건축 작업에 참여하는 새로운 프리메이슨 조직, '르 드루아 위망 (Le Droit Humain)', 즉 '인간의 권리'를 창설하기에 이릅니다.
이것이 바로 '코프리메이슨리 (Co-Freemasonry)', 즉 '공동 프리메이슨'의 장엄한 시작이었습니다. 코프리메이슨리의 철학은 단순히 여성에게 문을 여는 것을 넘어섭니다. 그들은 인류라는 위대한 성전을 짓는 데에는 남성적 원리(Jachin)와 여성적 원리(Boaz)의 조화로운 결합이 필수적이라고 믿습니다. 어느 한쪽이 배제된 상태에서는 결코 완벽한 건축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프리메이슨의 이상인 '보편적 형제애'는 남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성별을 초월한 모든 인류의 '동포애'로 확장되어야만 비로소 그 진정한 의미를 찾게 됩니다.
오늘날, 여성과 프리메이슨의 관계는 하나의 통일된 모습이 아닌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형태로 존재합니다.
첫째, 영국 연합 그랜드 로지를 비롯한 대다수의 '전통적' 프리메이슨은 여전히 남성 회원만을 인정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둘째, 이와는 별개로 여성들만으로 구성된 '여성 프리메이슨 그랜드 로지'들이 활발히 활동하며, 남성 조직과 거의 동일한 의례와 철학을 공유합니다.
셋째, 그리고 '코프리메이슨리'는 남성과 여성이 모든 면에서 동등한 형제이자 동료로서 함께 활동하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여성과 프리메이슨의 문제는 시대의 변화 앞에서 프리메이슨의 이상이 스스로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발전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생생한 증거입니다. 코프리메이슨리의 등장은 어쩌면 전통에 대한 반역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프리메이슨의 가장 근본적인 가르침을 더욱 완전하게 실현하려는 진화의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인류라는 위대한 신전은 이제 더 이상 하나의 문만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어떤 문은 남성들에게, 어떤 문은 여성들에게, 그리고 또 다른 문은 그들 모두에게 활짝 열려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