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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 감정 편

by 월하

이 시대는 너무 바쁘고 소란스럽다. 사람들은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하고 때로는 슬퍼하지만 그런 감정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가곤 한다. 그렇게 억눌린 감정들은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생각으로 번지며 우리 스스로를 괴롭힌다.


학창 시절의 나는 걱정이 많은 아이였다. 알 수 없는 막연한 미래와 불확실한 내일을 고민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나에게 그토록 무겁게 느껴졌던 무언가가 누군가에는 별 거 아닌 가벼움이 될 수도 있듯이 인생에 정답은 없는 듯하다. 정답을 찾으려 애쓸수록 오히려 혼란은 더 커져만 갔다.


좋은 생각과 감정들은 우리를 긍정적으로 이끌기도 하지만 그것들을 의식적으로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불안과 걱정들은 이내 찾아오기 마련이다. 우리의 감정은 간혹 예기치 못한 사건에 의해 일어나기도 하고, 그런 영향으로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마치 작가가 영화나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쓰듯 그것들은 가까운 미래에 눈앞의 현실로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이 어떤 생각을 받아들이고 어떤 감정을 느낄지 의식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부정적인 감정에 쉽게 휘둘린다면 그 감정은 당신의 얼굴이 되고, 당신의 태도가 된다. 그것들이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상 전반에 자주 찾아온다면 이제는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험 상 가장 좋은 방법은 나 자신을 소설 속 인물처럼 3인칭 관찰자가 되어 바라보는 것이다. 가령 지금 당신이 몹시 화가 나있고 짜증으로 가득한 상태라고 가정하자. " 아! 짜증 나"와 "아! 나 지금 짜증 내고 있구나!"는 꽤나 큰 차이다. 지금 당장 이 차이를 못 느껴도 좋다. 짜증이란 감정은 당신이 아니다. 감정과 자아를 분리하고, 관찰자 시점에서 내 감정을 지켜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러한 연습이 꾸준히 반복된다면 그 감정은 본래의 내가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감정은 그저 잠시 머물다 금세 어디론가 흘러간다.


의도적으로 일어나는 감정들을 억지로 억누를 필요도 없다. 내게 찾아온 감정들을 그저 자연스럽게 지켜보고 알아차릴 뿐이다. 그러다 보면 그런 감정들은 어느새 흐르고 사라진다. 있는 그대로 그것을 바라보고 스스로에게 다정하게 말해주는 것이다.


하루에도 우리는 몇 번씩 불안과 기대, 분노와 기쁨, 허무함과 안도감 사이를 오간다. 그 모든 감정이 틀린 것이 아니다. 감정은 부정할 대상이 아니다. 그것들은 그저 우리 마음을 스쳐 지나가는 파도일 뿐이다. 중요한 건 그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그 위에 가만히 떠 있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나 자신을 지켜보는 일 그리고 끝까지 나를 믿어주는 일. 이 소란스러운 시대를 조금 더 단단하게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은 조용히 내면을 바라보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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