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송한 씨가 말한 건 아니겠지? 우리 그 때 훠궈집에서도 보고, 호텔에서도 따로 따로지만 만난 적 있고. 송한 씨 워낙 발이 넓어서...어떻게 몰래 알아냈을 수도 있잖아"
"에이...설마"
"모르지. 자기가 그랬잖아. 송한 씨 은근 자기 인기 많아지는거 견제한다며? 자기 인기가 많아지니까, 몰래 열애설 흘린 걸 수도 있어. 송한 씨 친한 기자들도 엄청 많은 거 알지?"
문득...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주는 송한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기가 제일 인기많고, 제일 관심받아야 하는 그런 스타일. 모두가 자기를 안 좋아할리 없다는 자신감 넘치는 스타일. 그가 송한이었다. 거기다가 얼마 전에는 홍주의 시계 때문에 멤버들 앞에서 크게 당황한 적도 있었다. 물론 송한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정민의 말대로 송한이 진짜 홍주를 경계해 언론사에 몰래 흘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단독이라고 기사를 푼 곳은 송한과 친한 PD가 일하는 언론사 아니던가. 더구나 이번주부터 다다음주까지는 무대도 같이 하며 그룹으로 다닌다. 열애설로 시끄러우면 홍주는 한동안 그룹으로 예능이든, 토크 프로그램을 나갈 때 빠져야할 수도 있었다. 회사 차원에서는 개인의 열애설로 그룹의 신곡 홍보가 물타기되는 꼴은 못 볼 테니까. 그 자리를 송한이 또 독식하며 스포트라이트받겠지. 정민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송한이 요 며칠 나 때문에 멤버들 앞에서 조금 당황한 적도 있었거든"
"그렇지? 그렇다니까. 내가 오늘 하루종일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이상해. 주시하고 있어봐."
"알겠어. 아...난 이제 가봐야 돼. 오늘 사실 네 얼굴 보려고 온 거야. 나 지금 연습도 늦었어. 매니저도 밑에서 기다리고 있고."
"엥? 진짜? 오늘 체크인한 거 아까워서 어떡해"
"그냥 푹 자고, 맛있는 거 룸서비스 시켜서 먹고 그러고 가. 내가 다음에 돈은 줄게. 지금은 지갑도 못 가지고 올라온 거라."
"됐어. 그 정도 돈은 나도 있거든"
"어쨌든 우리 예쁜 정민이 미안해. 사랑하고! 나 간다! 쉬고 있어. 연락할게"
홍주는 급히 방을 나왔다. 아쉬움에 자꾸 뒤를 돌아 봤다. 하지만 연습도 중요했다. 홍주에게 이번주 컴백 무대는 실장의 말처럼 사활이 걸린 중요한 무대였다. 그리고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송한에게 빼앗길 수는 없었다.
"금방 왔지?"
"네. 형. 형들도 방금 저녁 먹고 좀 전에 시작했대요. 많이는 안 늦을 것 같아요"
"그래. 가자"
정민을 만나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홍주는 연습실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멤버들과 안무를 맞춰 보았다. 멤버들 모두 열심이었다. 안무와 라이브 연습 삼매경이었다. 아마 배우라는 도피처가 있는 송한을 제외한 모두에게, 이번주 무대는 앞으로의 연예계 생활을 판가름할 중요한 무대이지 않을까. 홍주에게도 그랬다. 앞으로 가수 생활을 죽 이어나가려면 이번주 컴백이 정말 중요했다. 모두 진지하게 연습에 임했다.
'진짜 저 자식이 언론에 슬쩍 내 얘기를 흘린건가...'
홍주는 연습 틈틈이 송한을 살펴 보았다. 송한은 연습에만 매진하는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가수로서 모습을 보이려니 송한도 떨리는 듯 했다.
어느 정도 연습이 마무리 됐을까. 잡담 하나 없이 연습만 하느라 모두 녹초가 되었다. 땀 범벅이 된 송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기사 때문에 바빴겠네 홍주"
"아니 뭐...괜찮았어"
"실장님이 걱정 많으셨겠다. 실장님 또 워낙 화가 많으시잖아 크크. 걱정 마 홍주야. 원래 스타는 구설이 많은 법이야. 기사 때문에 너무 신경쓰이면 다음주 그룹 예능 우리끼리만 나가도 되니까 미리 말만 해줘. 이런 거 처음이라 당황할 수 있어 충분히. 이해해. 우리가 나가서 너 적당히 커버 쳐줄게"
송한의 말이 어쩐지 홍주의 열애설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들렸다. 홍주가 열애설 때문에 그룹 활동을 빠지기라도 원했던 것처럼.
"당황 안해"
홍주는 정색하며 말했다. 송한은 어깨를 으쓱대며 말했다.
"뭐, 그럼 다행이고"
송한의 모습은 마치 생각보다 당황하지 않는 홍주에게 실망한 것처럼 보였다. 홍주는 갑자기 속에서 화가 끓어 올랐다.
'저 자식은 모든 걸 자기가 다 가지려고 하나. 진짜 짜증나네. 저 자식이 흘린 게 틀림없어'
분명, 송한을 만났었다. 정민과 홍주 둘이 훠궈집에서 처음으로 식사하던 날 송한이 둘의 모습을 봤었다. 그 날의 야릇한 분위기를 보고 무슨 사이냐고도 물었다. 게다가 호텔에서도 만났었다. 같이 있는 걸 본 건 아니지만, 무언가 의심쩍어하는 눈치였다. 그러지 않고서야 가다 말고 왜 뒤돌기까지 해서 홍주를 다시 봤겠는가.
송한에게 당장이라도 가서 따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번 열애설은 인기가 많아지고 있는 홍주를 시샘해 짓밟으려는 송한의 계략이 분명했다. 홍주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눈눈이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홍주는 휴대폰을 들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멤버들과 잡담을 하고 있는 송한을 보며 포털 메일창으로 들어갔다.
"톱스타 이송한의 열애 상대를 알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제 이메일로 답장 주세요"
메일 전송 버튼을 눌렀다.
디스패치 제보 메일이었다.
"뭐야? 왜 빤히 봐?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송한이 홍주를 보며 물었다. 홍주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냥. 잘생겨서"
#
밤 11시 59분.
혜정은 계속 고민 중이었다. 그를 불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
'혹시 아닐 수도 있잖아. 뭐가 됐든 홍주한테 직접 들어야지. 일단 남자친구 말을 듣고 판단하는 게 맞지, 남의 말보다는'
혜정은 결국 옷장 앞에 섰다. 화를 내고 정색해야 하는게 맞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혜정은 정말로 홍주를 믿고 싶었다.
'방송하느라 만난 사이인데 기자들이 오해한 걸 수도 있잖아'
홍주가 아니라고 하면 그대로 믿고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혜정은 아직까지 홍주가 많이 좋았다. 비록 모르는 번호로 자꾸 홍주에게 여자가 있다는 메시지가 오긴 했지만...
5,4,3,2,1
혜정은 홍주를 불렀다. 홍주는 연습을 끝내고 좀 전에 집에 와 피곤한지 초췌했다. 그런 몰골을 보니 또 안쓰러웠다. 무엇 때문인지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그래, 이렇게 스케줄 많고 바쁜데 다른 사람하고 무슨 열애는 열애. 나하고 만나기도 바빴을텐데'
혜정의 마음이 약해지려는 찰나, 홍주가 옷장에서 내려오면서 혜정에게 급하게 물었다.
"혜정아. 일단 오늘 일은 걱정 진짜 많이 했겠지만...내 인스타 해명문 그대로야. 그대로고...오해할 것 없어. 그것보다 지금 나 좀 송한이 집에 보내줘"
뚱딴지 같은 소리였다. 혜정은 홍주가 무슨 말을 하나 싶었다.
"무슨 말이야 그게"
"아니, 다 그 XX가 꾸민 일이야. 이제 알았어. 아까는 나도 당황해서 눈치 못 챘는데..."
"뭘 꾸며?"
"아니, 그 놈이 내가 PD랑 사귄다는 둥 이상한 소문을 언론사에 흘린 거라고. 내가 요즘 프로그램도 많아지고, 시계도 자기보다 좋은 거 차고 그러니까 관심 뺏겼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흘린거야. 낌새가 이상하더라니...의뭉스러운 놈. 하여튼. 비겁한 XX"
홍주가 흥분해서 속사포처럼 내뱉는 말에 혜정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그런데 왜 송한이 집으로 보내달라는 건데?"
"왜긴. 내가 제보할거야. 그 XX 강유리랑 사귀는 거. 저번에 내가 둘이 사귄다고 말해줬잖아. 그때 시계 갖다 놓으러 갔을 때 내가 봤다고. 그거 아직 아무도 모르는 거 같던데 그 놈 집에 가서 사귀는 흔적이나 사진 같은 거 몰래 찍어서 폭로해 버릴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