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을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에 재직하면서 검사직무대리로 있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주임 검사님께서 ‘대학원 진학’을 권유하셨고, 저는 아무 생각 없이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그저 “대학원 나오면 좋아요”라는 말만 믿고 간 것이었습니다. 특수대학원이었기 때문에 논문을 쓰지 않아도 5학기만 다니면 석사학위가 부여됐지만, 4학기 직후 석사학위논문을 작성했습니다.
그렇게 대학원 졸업을 하고, 첫 번째 에세이집《스물다섯의 끝자락에서》이 나와서 이를 가지고 대학 교수님들께 인사드리러 간 적이 있습니다. 저의 박사학위논문 지도 교수님께서는, “석사도 나왔는데, 박사는 안 해요?”라는 말씀을 하셨고, 더불어 변호사들이 많이 들어와서 경쟁도 심하다는 말을 듣고, ‘그저, 지기 싫어서’ 박사과정에 입학했었습니다. 그리고 박사과정을 수학하면서 2년 동안 9편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박사학위논문도 받아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잘난 척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대학원은 정말 대학원 나오면 좋다고 해서 간 것이고, 박사과정 역시 지기 싫다는 감정 하나로 갔으며, 다수의 논문 발표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저의 취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입니다.
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나니, 우연치 않게 학교에서 강의할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저는 학교 쪽으로 진로를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강사로 있으면서 간접적으로나마 학교 일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변호사로 일하면서 학교에서 강의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우선 급여가 매우 박합니다. 제가 학교에서 일하면서 받은 급여를 공개했을 때 백이면 백 모든 사람이 놀랐을 정도니까요.
어쨌든 간접적으로나마 학교 일을 경험하게 되니, 다시 돌아와서 지금 제가 하는 일이 얼마나 적성에 맞고 또 가치 있는 일인지 깨닫게 됐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편하고 좋은 일 아니냐고. 그런데, 제가 경험한 학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주된 업무가 아니었습니다. 학교도 학교 나름대로 사정이 있고, 제가 경험하지 않은 학교는 어떤 상황일지는 물론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는 결국 가치의 문제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저의 그러한 간접적인 경험은 제가 현재 삶에 대해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렇게 감사하는 마음은, 때로는 외부적인 요인에서 느끼기도 하지만 그것이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